김일성종합대학 조선문학 석사과정 중 갑자기 억류… <간첩 혐의>로 발표
호주 정부, “스웨덴 대북 특사의 도움에 깊은 감사” 표명
2주전 북한에서 연락이 두절됐다가 일주일가량 북한에 억류된 것으로 알려졌던 호주인 유학생 알렉 싱글리(Alek Singley. 29)가 지난주 목요일(4일) 석방됐다. 그동안 우려를 표명했던 호주정부 및 싱글리의 가족 친지들은 이 소식에 환호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오스트레일리아 유학생 알렉크 씨글리(알렉 싱글리)가 인터넷을 통해 반공화국 모략선전행위를 하다가 지난 6월25일 우리 해당 기관에 현행으로 단속됐다”며,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정부는 인도주의적인 관용을 베풀어 7월4일 그를 우리 경내에서 추방했다”고 보도했다.
중앙통신은 “(알렉이) 유학생 신분으로 NK뉴스(NK News. 미국의 북한전문 매체) 등 반공화국 언론매체들의 사주를 받아 평양시내 구석구석을 다니며 자료를 수집하고 사진 등을 수차례 넘겨준 사실이 밝혀졌다”고 설명한 뒤, “알렉 싱글리가 북한의 내부 자료를 체계적으로 수집, 제공하는 간첩행위를 했다고 인정하며 거듭 사죄해 인도적 차원에서 추방을 결정했다”고 전했다.
한편 지난주 7월4일자 가디언(The Guardian)지에 따르면 알렉은 중국 베이징(Beijing) 공항에 도착하여 “괜찮다”는 말을 뒤풀이하며 호주의 가족과 친지들에게 자신의 안부를 전했다.
알렉은 석방 후 공식 입장문에서 1일부터 4일까지 북한을 방문해 그의 석방에 힘써 준 스웨덴 정부의 켄트 롤프 마그누스 해슈테트(Kent Rolf Magnus Harstedt) 대북 특사와 호주 정부의 스콧 모리슨(Scott Morrison) 연방총리, 마리스 페인(Marise Payne) 외무장관에게 감사의 뜻을 전했다.
알렉의 석방에는 특히 스웨덴 정부의 역할이 컸던 것으로 알려졌다. 마리스 페인 장관은 호주 2GB 라디오 방송에서 “시간이 매우 촉박했던 상황이었는데, 스웨덴 대북 특사의 도움이 없었다면 싱글리의 석방은 불가능했을 것”이라며 “스웨덴 정부의 노력에 깊고 깊은 감사를 표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모리슨 총리 또한 “스웨덴 정부 직원들이 민감한 영사 업무에 호주 정부와 적극 협력해주었으며, 뒤에서 신중하게 일을 진행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지를 직접 보여주었다”며, “호주 정부를 대표해 스웨덴 정부의 원조에 깊은 감사의 뜻을 표한다”고 전했다.
알렉 싱글리의 부친 게리 싱글리(Gary Sigley)는 아들의 안전한 석방 소식에 “황홀하다”고 기쁨을 표했으며, “그 동안 알렉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더 자세한 정보를 듣게 될 것”이라고 기대감을 표명했다. 이어, “(아들 게리는) 언제나 활기차고 건강한 아이였다”며, “게리와의 연락이 두절되었을 때에도 잘 지내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서부호주 퍼스(Perth) 출신인 알렉은 2014년 첫 북한에서의 여행을 시작으로 억류 당시 평양 김일성종합대학에서 조선 문학 석사과정 수료 중에 있었으며, 북한에 있는 유일한 호주인으로 국제학생들의 여행을 기획하는 관광회사를 운영해왔다.
지난 3월 알렉은 가디언지에 기재한 글에서 “평양 도시 전체를 누구의 감시도 없이 자유롭게 돌아다니고 있으며, 거의 원하는 어느 곳에서든 쇼핑하고 식사할 수 있다”고 전하기도 했다.
알렉이 북한에서 억류된 명확한 원인은 아직까지 알려지지 않았다. 리차드 브로이노프스키(Richard Broinowski) 전 주한호주외교관은 “간접행위와 연관성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면서, “지난주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 미국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남북정상회담과 관련이 있을 수도 있지만, 이 또한 가능성이 적다”고
분석했다.
석방 후 중국에 도착한 알렉 싱글리는 일본 도쿄를 여행하며 일본인 부인 모리나가 유카씨를 만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김진연 기자 / herald@koreanherald.com.a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