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인들, 여러 선진국 국민들 비해 ‘경제적 이동성’ 높지만 ‘경제 역풍’ 우려도…
호주인들의 ‘경제적 이동성’(economic mobility. 개인이나 가족의 경제적 지위가 현 세대에서 또는 다음세대에 개선될 수 있는 능력. 통상 소득으로 측정된다)을 알아보는 흥미로운 연구 보고서가 나왔다.
지난 1월 13일(금) 호주 언론들 보도에 따르면 호주 국민들은 여전히 다른 많은 선진국 사람들에 비해 각자가 타고난 경제적 위치에서 상위 부유 계층으로 올라갈 가능성이 더 높은 편이다. 하지만 이 연구를 진행한 재무부 연구원들은 미래 세대들에게는 경제적 이동성이 더 어려워 질 수 있다.
이번 보고서를 위해 연구원들은 1970년대 말에서 80년대 초에 태어난 100만 명의 소득 데이터를 조사했다. 그 결과 가계소득 하위 5분의 1에 속한 호주인들이 소득 상위 5분의 1에 도달할 가능성은 미국 등 다른 선진국 사람들에 훨씬 높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소득 하위 5분의 1 가정에서 태어난 호주인 가운데 12.3%가 현재는 소득 상위 5분의 1에 해당하는 반면, 미국 국민들 가운데 이 비율은 7.5%였다.
하지만 부모가 어떤 경제적 능력을 갖고 있는가 하는 부분은 여전히 각 개개인의 향후 소득 능력을 결정짓는 주요 요인이라는 분석이다. 이번 연구에 포함된 호주인의 90% 이상은 태어나 성장한 주(State)에서 거주해 왔으며, 이들 중 70%는 부모가 살아왔던 지역의 노동시장에서 활동하고 있다.
아울러 연구원들은 여러 세대(generations)에 걸쳐 분명한 ‘부의 지속성’이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 추세는 호주 전역에서 가장 부유한 사람과 가장 가난한 이들 사이에서 더 확고했다.
이런 가운데 호주에서 태어난 부모와 비교할 때 이민자 자녀의 경우 경제적 지위를 향상시킬 가능성이 더 높았다. 이 부분에 대해 연구원들은 “이민자 그룹의 강한 교육열을 반영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연구원들은 또한 한 개인의 경제적 결과는 그의 친구들에 의해 영향을 받았음도 확인했다. 한 개인의 미래의 부를 결정하는 데 있어 부모가 가진 배경 중 5분의 1에 해당하는 게 친구의 영향이라는 것이다. 연구원들은 경제적 상향 이동성의 가장 좋은 예측 변수 중 하나는 각 개인의 SNS 친구들 가운데 고소득 또는 저소득 인맥이 더 많은지 여부라고 설명했다.
‘경제적 역풍’ 우려도
재무부 연구원들은 이번 보고서에서 호주인들의 상대적 경제 이동성을 약화시키는 ‘경제적 역풍’(economic headwinds)에 대해서도 경고했다.
이번 연구에서 연구원들은 일정 기간에 걸쳐 100만여 명에 이르는 작은 규모의 그룹 데이터를 조사했지만, 이 가운데에서도 부모들보다 더 높은 소득을 올리는 호주인들의 비율이 감소하고 있음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현재 30대 초반 호주인의 3분의 2는 같은 연령대 당시 부모들보다 더 높은 실질소득을 얻고 있지만 이 수치는 베이비붐 세대의 80%에 비해 낮은 비율이다. 연구원들은 소득성장 및 국제 생산성 둔화가 호주인들의 경제적 이동성을 더 약화시킬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학생 시절의 시험점수 하락, 여러 혜택을 받지 못한 학생과 풍족한 혜택을 누린 학생 사이의 차이 또한 경제적 이동성을 제한할 수 있다.
연방 재무부 짐 찰머스(Jim Chalmers) 장관은 이번 연구에 대해 “호주인들의 경제적 상황은 물론 어떤 개선이 필요한지를 볼 수 있는 기회”라고 평가하면서 “모든 부모는 자녀를 위해 더 나은 미래를 원하며 우리 모두는 다음 세대를 위해 보다 나은 환경을 물려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장관은 “호주인들의 미래가 그들이 어떤 가정에서 태어났는지 또 부모에 의해 결정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며 “우리 지역사회에서 더 많은 삶의 기회와 우리 경제의 더 많은 역동성을 위해 ‘경제적 이동성’이 중요한 이유”라고 강조했다.
김지환 기자 herald@koreanherald.com.a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