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 중 문자 메시지 전송은 기준치 이상의 음주운전보다 위험 높아
시드니 도심의 번화한 도로. 한 젊은 여성이 스마트폰을 보면서 건널목을 지나간다. 스마트폰에 집중한 그녀의 얼굴은 행복해 보인다.
스마트폰에 연결한 이어폰을 귀어 꽂은 여성은 건널목을 건너는 내내 전화기에서 눈을 떼지 않는다. 어느 순간 건널목의 녹색불은 꺼졌고 전방으로 향하는 녹색불이 들어왔다. 그리고 건널목 앞으로 진입하던 한 승용차가 스마트폰에 빠져 있는 여성을 그대로 들이받는다.
다행히 차량이 지나가는 순간과 여성이 앞으로 향하던 시간이 교차, 여성은 차령 옆면에 부딪쳐 크게 다치는 사고는 아니었다.
지난해 시드니 도심을 운행하던 한 자동차의 ‘대시캠’(dashcam. 차의 계기판에 부착되어 도로를 촬영하는 카메라)에 잡힌 이 영상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호주 전역으로 빠르게 퍼져나갔고 보행 중의 스마트폰 사용이 얼마나 위험한 것인지를 보여주는 호주 주요 방송사의 저녁 뉴스 한 부분을 장식했다.
스마트폰의 다양한 기능과 용도로 번잡한 도로에서의 보행 중에도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는 사용자와 이로 인한 사고 위험은 호주만의 문제가 아니다. 또한 이를 주지시키기 위한 정부 당국의 노력도 계속되고 각국별로 관련 법안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하와이의 주도인 호놀룰루(Honolulu)는 도로를 건너면서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이들에게 99달러의 벌금을 부과하는 규정(Distracted Walking Law)을 도입했다. 호놀룰루 시가 확정한 ‘Distracted Walking Law’는 보행자의 스마트폰을 제한한 전 세계 첫 규정 중 하나이다.
지난 2010년 이래 호주는 물론 미국, 영국에서도 보행 중 스마트폰을 사용하다 사고를 일으키는 비율이 지속적으로 높아지고 있다.
전문가들의 진단에 의하면 차량 운전 중 휴대전화를 사용하는 경우 충돌 위험은 그렇지 않은 상황에 비해 4배가 높아지며 운전 중 전화기로 문자를 보내는 행위는 음주 단속 기준인 알코올 농도 0.05 상태에서 운전하는 것보다 더 위험하다.
아직 보행 중 스마트폰 사용에 따른 산만해진 집중력이 원인이 되어 심각한 부상 또는 사망한 것으로 판단된, 신뢰할 만한 수치는 없는 실정이지만 수많은 사람들이 오가는 번잡한 도로에서조차 고개를 숙이고 전화기를 들여다보면서 이동하는 ‘스마트폰 좀비’ 풍경은 일상화된 모습이다.
이런 상황을 직접적으로 설명하는 단어까지 생겨났다. 영국에서 만들어진 ‘스몸비스’(smombies)가 그것이다. ‘스마트폰 좀비’(Smartphone zombie)를 합성한 단어이다.
소셜미디어가 대중화되고 이에 매달리는 이들도 늘어나면서 길거리에서조차 ‘스냅챗’(Snapchat), ‘인스타그램’(Instagram), ‘셀피’(Selfie)를 사용하는 이들은 간단한 문자를 전송하는 것보다 더 위험할 수 있으며 이런 앱에서 간단하게 하는 채팅 또한 마찬가지이다.
멜번 소재 모나시대학교(Monash University) ‘사고연구센터’(Accident Research Centre)의 팀 호버리(Tim Horberry) 교수는 “핸드프리(hands-free)를 이용한 전화 대화조차 위험하다”면서 “특히 문자를 전송하는 중에는 사고에 대한 반응이 더욱 떨어진다”고 설명했다.
NSW 주 정부 도로안전 당국(NSW Center for Road Safety)에 따르면 보행자 사망은 NSW 주 전체 도로 사망자 가운데 7분의 1을 차지한다. 보행 중 스마트폰 사용이 일상적 풍경이 되면서 이 비율은 더욱 높아질 것임에 분명하다.
도로 보행자 안전 활동을 하는 시민단체 ‘Pedestrian Council of Australia’의 해롤드 스크러비(Harold Scruby) 대표는 “호주의 도로안전 규정은 50년이나 뒤쳐져 있다”고 정부 당국을 비난하면서 “우리 단체는 스마트폰을 사용하면서 도로를 보행하는 이들에게 최소 200달러의 벌금을 부과하는 규정이 만들어지기를 촉구한다”고 말했다.
김지환 기자 jhkim@koreanherald.com.a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