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평등의 문제’… 자유당 및 국민당 소속 의원들, 유권자 설득 나서
동성결혼 합법화에 대한 국민적 의사를 확인하고자 실시하는 우편조사를 앞두고 보수 진영의 전-현직 고위 정치 인사들이 ‘Yes’ 캠페인의 시작을 알렸다. 토니 애보트(Tony Abbott) 전 총리를 중심으로 동성결혼 반대 목소리가 높았던 자유-국민 연립 진영에서 이 같은 캠페인이 시작되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금주 월요일(28일) 시드니 모닝 헤럴드 보도에 따르면 NSW 자유당 정부를 이끌었던 닉 그라이너(Nicholas Frank Hugo Greiner) 전 주 총리(1988-1992년), 연방 존 하워드(John Howard) 총리 당시 상원의원이었던 아만다 밴스톤(Amanda Vanstone) 전 의원이 ‘찬성’ 캠페인을 주도하며 켈리 오드와이어(Kelly O’Dwyer) 연방 중소기업부 장관, 사이먼 버밍엄(Simon Birmingham) 연방 교육부 장관 등이 이에 동참했다.
노동당 다수 의원들과 녹색당이 동성결혼 지지를 공표한 가운데 자유-국민 연립은 이의 지지와 찬성 의원들이 갈라진 상태이다.
또한 이번 ‘Yes’ 캠페인에는 최근까지 연방 자유당 사무총장으로 재직했던 앤드류 브랙(Andrew Bragg)씨도 동참한 상태이며, 이들은 자유당 내의 보수적 전통을 깨고 자유당 지지자는 물론 모든 유권자를 대상으로 ‘동성결혼 찬성’ 설득에 나선 것이다.
이날 이들은 연립 유권자로서의 충성을 서약하면서 ‘동성결혼을 묻는 우편조사에 Yes 표를 던질 시간’이라는 짧은 공고문을 배포했다.
닉 그라이너 전 NSW 주 총리는 주 자녀 중 한 명이 동성애자이기에 ‘Yes’ 캠페인에 동참하게 됐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나에게는 두 자녀가 있다. 한 명인 저스틴(Justin)은 남녀간의 전통적 결혼관계에 속해 있지만 다른 하나인 카라(Kara)는 동성 관계에 있다”면서 “어느 한쪽이 다른 쪽에 비해 열등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라이너 전 주 총리는 이어 “내 손자들이 부모 관계에 대해 정부 견해를 받아야 하는지 이해하지 못하겠다”고 언급한 뒤 “동성결혼 합법화 이슈는 넓게는 동성이든 이성이든 결혼이라는 전통적 관습 자체에 대한 찬반론으로 생각해볼 수도 있고, 선택의 자유를 둘러싼 찬반론으로 생각해볼 수도 있다”는 의견을 밝혔다.
자유-국민 일부 의원들의 ‘Yes’ 캠페인에 동참한 멜번 시티(City of Melbourne) 카운슬의 로버트 도일(Robert Doyle) 시장은 “규정은 저절로 바뀌는 것이 아니라 이를 위해 싸워야 한다”면서 최근 수년 사이 아내로부터 동성결혼 문제에 많은 영향을 받았다고 말했다.
도일 시장은 “200개 이상 국가에서 모인 우리는 240개 언어로 말하고 있다”고 전제한 뒤 “특히 멜번은 관용과 다양성, 창조적이며 다국가 다문화가 어우러져 하나가 된 역사를 갖고 있다”는 말로 동성결혼 ‘Yes’ 캠페인 동참 배경을 밝혔다.
그는 이어 “그럼에도 우리에게는 평등하지 못한 부분이 하나 있는데, 그것은 우리의 친구나 가족, 동료들 중 하나는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할 수 없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도일 시장은 “사람들은 우리의 견해에 동의하지 않을 것이고 당연히 (동성결혼을 붇는 우편 투표에) ‘No’라고 할 것”이라고 언급하면서 “우리는 그들(동성애자)의 결정에 대해 존중한다는 것을 보여주어야 하고, 멜번은 이를 기반으로 한 논쟁의 모범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연방 정치권 내에서 많은 논쟁을 거친 동성결혼 합법화 문제는 의무적 국민투표(plebiscite) 대신 우편조사를 통해 국민적 의사를 묻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조사에 참여하고자 하는 이들의 등록 신청이 지난 주 목요일(8월24일) 마감된 가운데 12일부터 투표용지가 우편으로 발송(9월12일부터)되며, 여기에 찬반 의사를 표시한 뒤 이를 다시 선관위로 회신(11월7일까지)하면 된다.
김지환 기자 jhkim@koreanherald.com.a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