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BA, 경제 성장 둔화 예측 불구하고 11월 통화정책 회의서 이자율 ‘유지’ 결정
중앙은행(RBA)이 11월 통화정책 회의(11월 4-5일)에서 현 기준금리(4.35%) ‘유지’를 결정했다. RBA가 실업률 상승과 임금성장 둔화를 ‘예측’했음에도 불구하고 인플레이션률이 충분히 하락하지 않는다고 강조하면서 이렇게 결정한 것이다. 이로써 주택담보대출(mortgage) 차용인들은 상환 부담 완화 기대를 ‘일단’ 접어야 한다.
RBA의 결정이 나오기 전, 다수의 경제학자들은 이달 RBA 이사회에서도 현 기준금리 수준이 그대로 유지될 것으로 예상했었다. RBA는 지난달(10월) 마지막 주 통계청(ABS)의 9월 분기 인플레이션 데이터를 언급하며 “3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진 2.8%의 헤드라인 인플레이션(headline inflation. 경제의 총 인플레이션으로, 식품 및 에너지와 같은 상품이 포함된 상품 바구니 인플레이션이 포함)이 내년 중반까지는 2.5%로 하락할 것으로 믿는다”고 언급했다.
하지만 미셸 불록(Michele Bullock) 이사회 회의 후 미디어 브리핑에서 “헤드라인 인플레이션이 상당히 하락했지만 근원 가격(underlying price) 압박은 ‘완만히 둔화’되고 있으며 여전히 상품 가격 전반에 상당한 양의 인플레이션이 있다”고 말했다.
이자율을 낮추기 위해 근원 인플레이션(underlying inflation. 경제적 침체나 공급 충격 등 특이한 가격 변화 또는 기타 장애가 없을 때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인플레이션 비율)이 RBA 목표 범위(2~3%) 내에 있을 필요는 없지만 ‘지속적으로’ 하락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불록 총재는 “반드시 목표 범위에 돌아와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그 범위로 가고 있다는 ‘상당한 수준의 확신’이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현재 대다수 경제학자들의 전망은 2025년 첫 통화정책 회의가 열리는 2월 이사회 회의에서 금리 인하가 나올 것으로 보고 있다. 반면 금융시장은 내년 5월이 되어야 이자율이 다소 낮아질 것으로 전망한다. 5월은 현 알바니스(Anthony ALbanese) 총리가 연방 선거를 결정할 가능성이 가장 높은 달이라는 점에서이다.
RBA는 연방정부의 에너지 보조금, 석유가격 및 임대료 하락이 향후 9개월 동안 인플레이션을 낮추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한다. 이 예측이 정확하다면 2013년 이후 처음으로 RBA가 목표로 하는 2~3% 범위 내에서 인플레이션이 1년 내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RBA는 호주 인플레이션률이 내년 6월 분기 2.5%까지 내려간 후, 에너지 보조금 프로그램이 종료됨에 따라 연말까지 헤드라인 인플레이션이 3.7%로 치솟을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실업률은 현재 4.1%에서 2025년 말까지 4.5%로 높아진 것으로, 올해 6월 분기 하락세를 보였던 가계 소비는 여전히 약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일부 경제학자들이 인플레이션률을 끌어올릴 것이라고 우려했던 3단계 세금 감면 혜택 대부분은 소비자들이 할인점을 찾아다님으로써 가계 지출을 끌어내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불록 총재는 실업률 증가 가능성이 높지만 노동시장은 여전히 타이트하다고 말했다. “실업률이 급격히 상승하는 경기 침체기처럼 사람들이 한꺼번에 일자리을 잃는 것은 아니다”라는 총재는 “다만 이는 노동력을 가진 이들이 일자리를 찾기까지 이전에 비해 조금 더 긴 시간이 걸린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노인 케어 및 국가장애보험제도(National Disability Insurance Scheme)를 통한 지원 등 정부 지출은 경제 성장에 계속 기여하고 있지만 이를 비판하는 이들은 정부 재정 지출이 인플레이션 하락을 이끄는 동력을 지연시킨다고 보고 있다.
이와 관련, 불록 총재는 “단기적으로는 하락할 것이지만 은행은 정부 예산에서 발표된 투자 지출, 아직 완료되지 않은 대규모 엔지니어링 프로젝트들을 감안할 때, 이는 일시적일 가능성이 높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기업 투자는 올 연말까지 정체된 후 내년부터 다소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앞서 RBA는 정기 보고서에서 연방정부의 국제학생 비자 변경으로 인구 증가가 예상보다 역간 더 빠르게 완화될 가능성이 있다며 이민자가 없으면 기존 거주자가 필요로 하는 상품 및 서비스를 공급하는 경제 능력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우려했다. 아울러 “이러한 인구증가 둔화는 2025년 중반부터 GDP 성장에 부담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투자은행 AMP의 수석 경제학자 셰인 올리버(Shane Oliver) 박사는 실업률이 급증하고 다음달 인플레이션 수치에서 근원 가격 압박이 급락하는 보습을 보인다면 12월에 금리를 인하할 가능성도 있다고 예상했다. 다만 그는 “이자율 인하 시기는 내년 2월이 가장 높다”며 “RBA가 통화정책을 완화하기 전, 인플레이션에 대한 확신을 가직 위해 5월까지 기다려야 할 가능성은 낮다”고 주장했다.
경제분석 회사 ‘Deloitte Access Economics’ 파트너인 프라딥 필립(Pradeep Philip) 대표는 “(지금의) 높은 금리가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기에 하루 빨리 이자율을 낮추어야 한다”고 경고하면서 “이달 통화정책 회의에서의 기준금리 결정은 이자율 인하의 근거가 계속 만들어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높은 금리에서 물러나기를 꺼려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RBA의 결정을 비난했다.
■ 팬데믹 전후의 이자율
2020년
2월 : 0.75%
3월~10월 : 0.25%
11월~2022년 4월 : 0.1%
2022년
5월 : 0.35%
6월 : 0.85%
7월 : 1.35%
8월 : 1.85%
9월 : 2.35%
10월 : 2.6%
11월 : 2.85%
12월 : 3.1%
2023년
2월 : 3.35%
3월 : 3.6%
4월 : 3.6%
5월 : 3.85%
6월~10월 : 4.1%
11월~2024년 11월 : 4.35%
Source: RBA
김지환 기자 herald@koreanherald.com.a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