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lbot Mills Research’ 조사… 극우 한나라당 외 보수-진보층, 해리스 후보 선호
“카말라는 (대통령으로서) 준비가 되었습니다. 문제는, 우리가 준비되어 있는가입니다”(Kamala is ready. The question is: Are we?).
이 말은 미국 민주당 전당대회 마지막 날, 카밀라 해리스(Kamala Harris)의 연설에 앞서 노스캐롤라이나(North Carolina) 주 로이 쿠퍼(Roy Cooper) 주지사가 던진 질문이었다.
쿠퍼 주지사가 말한 ‘우리’(we)는 미국 해리스 부통령의 기세가 고조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차기 대통령에 대한) 선택에서 심각하게 양극화된 미 유권자들을 겨냥한 것이었다. 해리스 부통령은 이 전당대회에서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가 되어 최고 권력을 되찾으려는 트럼프(Donald J. Trump) 전 대통령이자 공화당 대선 후보와 피말리는 맞대결을 펼치게 됐다.
미국 대통령 선거는 전 세계 국가의 관심사이다. 특히 미국과 긴밀하게 연계되어 있으면서 마치 헐리우드 블록버스터인 것처럼 이 대규모 이벤트를 집착적으로 주목하는 호주인들에게 쿠퍼 주지사의 질문이 던져졌다면, 그 답은 확실히 ‘yes’였을 것이다.
해리스 후보 선거본부는 올 11월 투표를 겨냥해 현재 인터넷 상에 넘쳐나는 밈(meme)에 샤펠 로안(Chappell Roan)의 히트곡 ‘Femininomenon’을 사용해 여성 대통령 후보로서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Feminine’과 ‘Phenomenon’의 합성어인 ‘Femininomenon’은 미국 싱어이자 작사작곡가인 샤펠 로안이 만들어 자신의 노래 제목으로 사용한 단어이다.
쿠퍼 주지사의 말에 호주인들이 ‘yes’라는 답을 하리라는 것은 관련 여론조사를 통해 나온 것이다. 컨설팅 회사이자 여론조사 기관인 ‘Talbot Mills Research’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미국 대통령 선거에 참여할 수 없지만 만약 투표권이 있다면 호주 유권자들은 압도적으로 카말라 해리스를 선택할 ‘준비가 되어’ 있다. 심지어 보수 진영이라 할 수 있는 연립(자유-국민당) 지지자들도 트럼프보다는 해리스를 선호하고 있다.
호주 국민들의 선택은
만약 호주 유권자들이 미 대선 투표에 참여한다면, 카말라 해리스는 48%의 지지로, 27%의 표를 얻은 트럼프에 대승을 거둘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좀더 분명히 하자면, 대중 투표에서 이긴다고 하여 결과가 결정되는 것은 아니다. 대개의 미국 전문가들은 대중 투표에서 30% 지지는 가장 낮은 수준이라고 말한다. 물론 더 낮은 투표율도 결과를 만들 수 있다는 일부 전문가의 주장도 있기는 하다.
최근 호주 유권자 의견 조사를 실시한 Talbot Mills Research의 데이빗 탤벗(David Talbot) 대표는 공공정책 조사-연구기관 ‘ANACTA Group’ 연구 파트너이며, 뉴질랜드의 마지막 두 노동당 총리(Jacinda Ardern, Chris Hipkins)의 선거전략가로 일한 바 있다. 또한 2022년 호주 연방선거와 빅토리아 주 선거에서 노동당의 성공적 선거 캠페인을 주도하기도 했다.
이번 여론조사 보고서에서 그는 “호주에서 해리스 후보에 대한 선호도가 매우 높다”며 “호주인들은 해리스를 따뜻하게 받아들였다. 심지어 연립을 지지하는 유권자들 사이에서도 트럼프(37%)보다 해리스(43%)를 선호한다”고 설명했다.
이 회사(Talbot Mills Research)는 조 바이든 대통령이 후보 사퇴를 하기 전에도 같은 조사를 실시했었다. 이 조사에서도 호주인들은 트럼프(28%)보다 바이든(30%)에게 더 많은 지지를 보냈다.
최근 조사를 보면 녹색당 지지층에서의 해리스 선호가 가장 높았으며(58% 대 17%), 노동당 유권자들 또한 유사한 비율(59% 대 22%)로 해리스를 지지했다. 탤벗 대표의 설명대로, 연립 유권자들도 해리스를 선호했으나(43% 대 37%) 트럼프와의 격차는 크지 않았다.
흥미로운 점은, 극우 성향을 보이는 한나라당(One Nation Party) 지지자들이 대다수 호주인들의 예상을 벗어나지 않는다는 것으로, 이들 사이에서의 트럼프 지지(58%)는 해리스(18%)를 크게 앞질렀다.
탤벗 대표는 “트럼프를 지지할 가능성은 남성에게서, 해리스 지지 가능성은 여성 유권자들에게서 더 높은 성별 격차도 확인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성별 지지도 차이는 미국에서도 일관되게 나타나고 있는데, 여성은 점점 더 좌파에 투표하고 남성은 우파에 표를 주는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덧붙였다.
Talbot Mills Research의 이번 조사는 전국 1,000명을 대상으로 했으며, 질문은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투표할 자격이 있다면 누구에게 투표할 것인가?’(If you were eligible to vote in the American election, who would you vote for?)였다. 탤벗 대표는 “미국은 호주에게 있어 중요한 파트너이며 우리(호주)는 그(대통령 선거) 결과에 대처해야 하므로 이 여론 조사 목적은 두 명의 미 대선 후보에 대한 호주인의 태도를 평가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밝혔다.
해리스, “미국 내 지지 높지만
결과는 아직 불확실”
얼마 전 영국 노동당 선거 캠페인에 참여했다가 최근 시카고에서의 민주당 전당대회에 참석했던 ‘ANACTA Group’ 공동 창업자 데이빗 넬슨(David Nelson) 대표는 해리스 후보에 대해 “놀라운 에너지를 갖고 있으며 견고한 지지를 확보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이 같은 지지가 그녀를 차기 미국 대통령으로 만들어줄 것인지 여부는 여전히 불확실하다”고 보았다.
넬슨 대표는 “지금까지 해리스가 얻은 지지는 바이든의 나이로 인해 그(바이든)에게서 관심을 거둔 진보 기반으로부터 나온 것”이라고 분석하면서 “해리스 후보는 바이든 대통령에게 더 강한 지지를 보냈던 무소속(투표 등록은 했지만 정당에 등록하지 않는 유권자들)으로부터 지지를 끌어내지 못한 상황이라는 우려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어 “그렇기는 하지만 해리스 후보 선거 전략가들과 사적으로 나눈 대화 결과, 그들(해리스 후보 선거 전략가들)은 두 후보(해리스와 트럼프)간 격전 지역(battleground state)에서 뒤집히고 있음을 의식하고 있다”는 넬슨 대표는 “해리스 선거 캠프의 과제는, 현재 그녀가 갖고 있는 에너지를 교외 유권자에게로 가져가 특히 지난 2016년 트럼프에게 투표했고 이번에도 그에게 표를 줄 의향이 있는 여성 유권자를 공략하는 것임을 알고 있다”는 말로 해리스 후보 측의 현재 상황을 설명했다.
호주의 경우, 유권자 대상의 사전 조사 내용은 선거 결과로 이어진다. 하지만 넬슨 대표는 “미국에서는 반드시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해리스 후보가 그들(유권자들)의 가치를 공유한다는 것을 보여줄 수 있는지, 그리고 그들이 바이든 대통령 지도 하에서의 생활비 위기를 여전히 겪고 있는 이 시기에, 그들 가족을 위해 더 나은 지도자가 될 수 있는지의 판단은 더 두고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트럼프의 경우 호주에서의 지지율은 해리스에 비해 크게 낮지만 그를 지지하는 기반이 있다는 것은, 호주 또한 우파 포퓰리즘의 매력(right-wing populist appeal)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것을 보여 준다는 게 넬슨 대표의 지적이다. 호주가 우파 포퓰리스트들로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호주, 국제 상황에서의
‘안전벨트’ 필요
미국은 물론 호주에서도 정계 상황은 점점 더 격렬해지고 있다. 지난 8월 24일(토), 노던 테러토리(Northern Territory) 선거는 노동당 준주 정부에 대한 지역민들의 엄청난 반발을 보여주었다. CLP(Country Liberal Party of the Northern Territory)의 압도적 승리였던 것이다.
NT 유권자들의 선택은 예상된 일로, 생계비 압박과 늘어난 범죄에 대해 유권자들의 근본적인 분노가 한꺼번에 표출된 것이다. 내년 선거(5월로 예상)를 앞둔 연방 노동당에게는 불길한 경고이기도 하다.
트럼프에 대한 암살 시도가 발생하고, 바이든이 민주당 후보로 남아 있을 때, 대부분 분석가들은 트럼프를 몇 달 남지 않는 미국 대선의 불가피한 승자로 선언(?)했다.
지금, 그 역학 관계를 해리스 후보가 뒤집었다. 하지만 궁극적으로 이민과 생활비 문제에 대한 미국 유권자들의 우려는 지배적으로 남아 있다. 때문에 현 시점에서 미 대선 결과를 단정한다면, 잘못된 예측이 될 위험이 크다는 것을 배제할 수 없다. 어떤 결과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인 것이다.
김지환 기자 herald@koreanherald.com.a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