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wy Institute의 ‘2024 Asia Power Index’, 호주의 역내 권력 ‘꾸준한 유지’
한국-싱가포르와 동등한 위치의 중간 강국, 기본적 역량 비해 더 많은 영향력 행사
아시아 권역에서 호주의 힘이 더욱 강력해졌다는 분석이다. 대륙 전체의 권력 분포 변화를 보여주는 최근의 한 연례 보고서에 따르면 호주는 올해 러시아를 제치고 아시아에서 다섯 번째 강력한 국가가 되었다.
국제정치 및 외교 전문 연구기관 ‘로위연구소’(Lowy Institute)가 이달(10월) 첫 주 내놓은(10월 4일) ‘2024 Asia Power Index’는 아시아 권에서 호주의 권력이 “단지 꾸준히 유지되고 있음”을 보여주지만 다른 국가들의 불안정한 위상은 호주의 입지를 강화하는 데 도움이 되었다고 진단했다.
로위연구소의 올해 보고서는 동 기관이 지금까지 실시한 가장 포괄적인 평가에 포함된 5년 간의 데이터를 다룬다. 27개 국가 및 해당 영토의 보유 자원, 행사 가능한 영향력 측면에서 순위를 매긴 것이다.
호주의 전반적 권력은 올해 1포인트 증가해 6년 만에 순위가 올랐지만(두 번째 순위 상승), 이는 호주 자체의 힘에 의한 것이라기보다는 러시아의 위상 추락에 따른 결과이다.
로위연구소 동남아시아 프로그램 책임자인 수산나 패튼(Susannah Patton) 연구원은 “러시아는 순위가 6위로 하락했고 호주 순위는 올랐는데 이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에 집중함으로써 아시아 지역에서의 외교에 동일한 자원을 투입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호주는 아시아의 15개 중간 강국 중 하나이다. 미국과 중국이라는 초강대국과 9개의 소규모 강국이 있다.
아시아 국가 영향력 지수(Asia Power Index)는 경제, 외교, 문화, 국사적 강점과 관련된 8개의 핵심 척도에 따라 131개 지표의 가중 평균을 기준으로 각 국가가 얼마나 강력한지를 평가한 것이다. 이 8개 핵심 범주에서 호주는 어떻게 평가될까?
■ 경제 역량
호주의 경제적 역량은 2024년도 순위에서 개선됐다. 이 척도는 경제 규모(올해 1조 7,000억 달러), 국제적 영향력, 기술 및 과학적 정교함, 글로벌 연결성을 고려한다.
반면 경제 개선은 보고서의 데이터 기간 동안 점진적으로 이루어졌다. 해외에서 호주가 가진 재정, 법률 및 제재 권한에 더 많이 영향을 받았으며, 또한 수출 및 수입, 투자 흐름, 여행 연결성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알바니스(Anthony Albanese) 정부는 집권(2022년 5월) 이후 약 100만 개의 일자리를 창출하여 ‘경제를 성장시켰다’고 말하지만 높은 인플레이션, 이자율 인상, 실업, 생산성 감소, 전반적인 노동시장 침체로 인해 이 같은 성장은 둔화됐다.
연구에 따르면 호주인들은 팬데믹 시대의 정점에서 압력이 줄었음에도 불구하고 현재 장기적인 재정적 어려움을 겪는 상황이다.
■ 국방 역량
호주의 재래식 군사력도 개선됐다. 이 척도는 총 방위비 지출, 군사 규모, 무기 및 플랫폼, 특징적 역량, 아시아 역내에서 갈등이 발생할 경우 국가가 얼마나 신속하고 지속적으로 군대를 배치할 준비가 되어 있는지를 평가한다.
지난 4월, 정부는 호주 방위군(Australian Defence Force. ADF)에 대한 투자 재개를 중심으로 ‘National Defence Strategy’를 시작했다. 이로써 2024-25 연방 예산은 향후 10년 동안 방위비 지출을 7,646억 달러로 확대하였으며, 매년 거의 두 배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는 올해 추가로 503억 달러가 포함된다. 정부의 이 같은 노력 대부분은 아시아-태평양 지역에 집중된다.
노동당 정부의 주요 예산 재분배는 장거리 미사일과 표적 시스템을 가속화하고 군대를 더욱 육해공 역량 강화(more amphibious)에 맞추는 데 있다. 여기에는 AUKUS 잠수함 인수도 포함된다.
이런 가운데 연립(자유-국민당) 야당은 노동당 정부의 국방비를 ‘삭감’으로 규정하며 ADF에 대한 기존 자금의 우선순위 재지정보다 정부 예산을 더 확대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 회복력
회복력은 다른 범주에 비해 가장 많은 점수를 잃어 올해 순위에서 악화됐다. 이는 내부의 제도적 안정성, 자원 안보, 지리-경제적 안보, 핵 억제력 측면에서 측정되는 국가 안정성에 대한 실제적 또는 잠재적 외부 위협을 억제하는 능력과 관련이 있다.
이 부문에서의 호주의 가장 심각한 하락은 자원 안보에서 발생했으며 주로 악화된 에너지 무역 균형(순 에너지 수출)과 희토류 금속 공급에 의해 주도됐다. 로위연구소 보고서는 “호주의 청정에너지 기술에 사용되는 자원의 글로벌 다각화 공급처가 되겠다는 목표는 현실이라기보다 열망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내부 안정성도 하락했다. 이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는 기후 변화, 이스라엘-가자 전쟁에 대한 적대적 시위 증가, 테러 위협 증가, 면역률 감소 등이 있다.
중요한 것은, 호주의 경우 특히 기후 변화에 대한 회복력이 가장 약하다는 점이다. 반면 극심한 기상 조건, 자연재해, 식량 불안과 같은 위협에 대처하는 능력은 다른 9개 아시아 국가보다 뛰어나다.
한편 정부가 내놓은 올해 국방 전략에 대해 일각에서는 기후로 인한 국가 안보 위험은 무시되었다는 비판을 제기하기도 했다.
■ 미래 자원
미래 자원 순위에서는 변화가 없지만 호주는 이 부문에서 지속적으로 최악의 성과를 보였다. 이는 향후 수십 년 동안 국가의 경제-군사-인구 면에서의 자원의 예상 분포와 관련이 있다.
이 범주에서의 호주에 대한 낮은 평가는 2035년과 2050년 경제 및 노동력 규모가 더 작아질 것임을 반영한다. 재무부는 ‘인구 고령화, 의료 시스템 압박 증가, 기후 변화’를 호주의 미래 경제 성장에 대한 주요 과제로 제시한다.
정부는 2022-23년에 221억 달러, 2023-24년 93억 달러의 연속 흑자를 기록했지만 정부 예산은 여전히 ‘구조적 적자’(structural deficit) 상태이며, 향후 10년간 적자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2조 4,900억 달러인 호주의 GDP는 2035년 3조 1,70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2025년까지 취업 가능 연령도 전체 인구의 60%로 감소해 경제 성장을 더욱 저해할 것으로 전망된다.
■ 경제 관계
경제 관계는 무역, 투자 및 경제 외교 측면에서 측정한 올해 순위에서 개선을 보였다. 양자간 무역이 증가하는 흐름 속에서 아시아 역내 여섯 번째 영향력을 가진 것으로 평가됐다.
호주의 가장 큰 양자 무역 파트나인 중국과의 관계를 정상화한 것이 주요 기여 요인일 가능성이 높으며, 수출 시장의 전반적인 회복 또한 그 배경으로 분석된다.
호주 수출 기업들은 베이징이 2020년 초 엄청난 관세와 금수 조치를 취한 후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 이는 사실상 수십억 달러 규모의 사업을 무산시켰다.
중국과의 외교적 갈등은 지난해부터 점차 해결되기 시작했으며 중국은 석탄, 보리, 소고기를 비롯한 다양한 호주 제품 수입 금지를 점차 해제했다. 지난해 호주의 대중국 총 수출 가치는 2,180억 달러로 아시아 전체 무역의 절반 이상에 달했다.
호주의 경제 외교는 여전히 강력해 18개 이상의 자유무역협정(free trade agreements. FTA)를 발효 중이며 3개가 검토 중에 있다.
■ 국방 네트워크
호주는 전체 평가 범주 가운데 가장 우수한 성과를 보인 국방 네트워크에서 아시아 국가 2위를 차지했다. 이 부분은 여전히 도전받지 않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보고서는 다른 국가, 특히 일본의 성과로 인해 호주의 이 부문 점수는 지난 3년간 하락했다고 밝혔다.
호주의 국가 방위 파트너십 강점은 동맹, 지역 방어 외교, 아시아 지역 내 무기 이전을 평가해 측정한다.
3,680억 달러 규모에 달하는 호주의 AUKUS 프로젝트는 미국, 영국과의 3자 안보 협정으로, 핵 잠수함을 계획적으로 인수하는 것에서 훨씬 더 심화된 정부간 파트너십으로 발전했다.
지난 3월, 호주는 영국과의 국방 관계를 ‘NATO 수준’으로 발전시키려 한다는 것이 밝혀지기도 했다. 보고서는 호주의 경우 지역적으로 국방 외교의 다양성과 심도, 특히 다른 국가에 제공하는 지원에서 선두에 있다고 밝혔다.
■ 외교 영향력
외교적 영향력은 높아졌지만 전반적 순위는 두 단계 하락해 한국, 인도네시아에 추월당했다. 이는 외교 네트워크, 다자 기관 및 클럽 참여, 전반적 외교 정책과 전략적 야망 측면에서 국가 외교 관계의 범위와 위상을 측정한다.
이번 로위연구소 보고서는 2022년 정부 교체로 인한 ‘허니문 효과’의 증거를 언급한다. 이는 지난해의 Asia Power Index에 반영되었지만 올해는 제외했다.
보고서는 “설문에 참여한 전문가들은 지역 차원에서 알바니스(Anthony Albanese) 총리의 리더십에 대해 덜 열광적이고, 호주는 2022년 정부가 취임한 후 초기 지역 참여에 비해 외교적 대응자를 만나는 데 다소 덜 적극적이었다”고 밝혔다.
해외 순방 측면에서 알바니스 총리는 전임 지도자들과 거의 비슷한 횟수의 국빈 여행을 했다. 여기에는 2023년도 중국 방문이 포함되는데, 호주 지도자로서는 50년 만에 처음이다.
하지만 총리의 단순한 외국 방문 횟수만으로 지도자의 외교적 프로필을 평가하는 것은 가장 좋은 방법이 아니며, 보다 정식적 분석(qualitative analysis)이 필요하다. 연구에 따르면 호주의 영향력이 커졌음에도 불구하고 외교 부문 지출은 새로운 최저치에 도달했다.
■ 문화 영향력
올해 평가에서 호주의 문화적 영향력은 가장 크게 증가했으며, 문화 매력과 상호 작용을 통해 전 세계 여론 형성에서 강력한 능력이 있음을 보여주었다. 국가 ‘파워’를 분석하는 맥락에서 이 지수는 외교 및 군사 관계만큼 중요하게 여기는 범주이다.
하나의 척도는, 해외에서 국가 평판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되는 자산이다. 여기에는 온라인 검색 관심, 문화 수출, ‘Global 500’의 브랜드 수, 고층빌딩 수, 여권 파워, 유네스토 세계문화유산 목록이 포함된다.
그런 다음 한 국가의 미디어 매체와 대학의 지역적 매력, 즉 고등교육 기관(대학)에 등록한 외국인 학생 수, 통신사, 신문사, 텔레비전 및 라디오 방송사에 대한 온라인 관심사를 살펴본다.
이 척도는 또한 해당 지역 사람간 연결, 다시 말해 해외 거주 인력의 영향력, 이주민 유치 능력, 관광객 유치 능력, 관광객 유입, 지역 공항 허브에서의 직항편 이용 가능성도 평가한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호주의 전반적인 ‘브랜드 이미지’ 또는 호주에 대한 평판은 가장 견고한 편이다.
더 나아지리라는 기대감
각 범주의 순위와 상관없이, 호주의 높은 위치가 러시아의 쇠퇴에 따른 것임을 감안할 때, 아시아 역내에서 호주가 더 상위에 오르리라는 전망은 밝은 편이다.
이번 보고서 내, 2차 분석에 따르면 호주는 고도로 네트워크화되고 외부에 집중하는 등 원시 역량(가공되지 않은 기본 능력- raw capabilities)이 나타내는 것보다 더 많은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보고서는 “호주는 이미 최고 수준의 중간 강국으로 한국, 싱가포르 같은 국가들과 동등한 위치에 있다”며 “이들 국가의 영향력은 ‘공동 이익을 추구하기 위해 다른 국가와 협력할 수 있는 능력과 의지’를 나타낸다”고 설명했다.
김지환 기자 herald@koreanherald.com.a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