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하반기 ‘상우네 민박’(가제) 크랭크인 예정, 한-호 배우 캐스팅 등 준비작업 돌입
5편의 영화 함께 한 촬영감독 데미언 비비 합류… 세대간 갈등, 차별과 편견 다뤄
팬데믹 기간 중 한국으로 건너가 여러 편의 영화를 제작 또는 연출한 호주 동포 영화인 김시우 감독이 올 하반기, 호주 한인 이민자의 이야기를 그려낼 장편영화 사전 작업(pre-production)에 착수했다.
김 감독이 오랜 기간 준비해 온 이번 영화 ‘상우네 민박’(가제)은 호주 현지에서 태어나 호주인이라 생각하는 아들, 오랜 이민 생활로 현지인의 사고 방식을 가진 엄마, 여전히 호주사회에서 겉돌며 적응하지 못하는 아빠 등 가족간 갈등, 이 사회의 차별과 편견, 이민자의 고단한 삶을 다룬 이야기이다.
팬데믹 이전, 김 감독은 베트남 전쟁의 아픔을 숨기고 사는 가족의 이야기를 다룬 장편영화 ‘Forget Me Not’, 자살이라는 사회적 문제를 다룬 ‘Past the Hour’ 등 인권과 휴머니즘, 이민 국가에서 살아가는 평범한 소시민들의 생생한 삶을 감동적으로 그려내 호평을 받은 바 있다.
그리고 지난 2020년, 한국에서 장기간 체류하며 故노무현 전 대통령을 소재로 한 장편 ‘하로동선’(夏爐冬扇) 등 5편의 장편영화를 제작했다. 이 영화는 지난 3월 30일 개봉했으며 그가 연출을 맡은 ‘투란도트-어둠의 왕국 The Movie’(DIMF와 ㈜나인테일즈 코리아 제작)는 오는 6월 영화팬들에게 선보일 예정이다. 이 작품은 초연 10주년을 맞는 대표적 스테디셀링 뮤지컬 ‘투란도트’를 스크린에 담아낸 것으로, 원작 뮤지컬에 판타지 스토리를 더한 각색, 신곡을 포함해 중독성 강한 뮤지컬 넘버로 완성도를 높였다. 이 작품에는 최정원, 민우혁씨를 비롯해 배다해, 양서윤, 이정열, 김보경씨 등 유명 뮤지컬 배우들이 대거 출연, 제작 당시부터 화제가 되기도 했다.
김 감독은 “‘하로동선’ 개봉 전 주진우 기자가 진행하는 라디오에 출연한 적이 있는데, 그때 주 기자가 이런 말을 했다. ‘코로나 시대에 영화를 제작하고 개봉하는 것은 미친 짓이다’. 하지만 이게 업이니 안 할 수도 없는 노릇”이라며 쉼 없는 영화 기획과 연출, 제작에 대한 열정을 내비쳤다.
지난 2년여 동안 한국에서의 영화 연출 및 제작에 이어 올해 하반기(9월 예정), 촬영에 들어갈 새로운 작품에 대해서도 큰 애정을 드러내면서 “현재 ‘상우네 민박’이라고 가제를 붙인 이 작품을 통해 이민자들의 삶, 세대간 갈등, 사회적 차별 등을 고스란히 담아내고자 한다”고 소개했다.
이 작품은 그가 오랜 시간을 들여 시나리오를 완성한 것이다. “대부분 이민자는 백인 사회에 순응, 동화되려고 애쓴다. 하지만 백인 사회의 차별에 무심할 뿐 차별을 느끼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이런 일들은 우리 삶의 가까운 곳에서 일어난다”는 그는 마약사건 담당 경찰, 변호사 등을 대상으로 한 취재, 호주 유학생과 현지 교민들이 겪은 실화를 바탕으로 이번 영화의 시놉시스를 썼고 시나리오를 완성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작품은 한국의 주-조연 배우들, 오랜 경력의 스탭들이 참여하며, 김 감독과 여러 작품을 함께 작업한 호주의 유명 카메라 감독 데미언 비비씨가 다시 합류한다.
‘상우네 민박’의 상우(아빠 역)는 가부장적 성격으로 호주사회에 적응하지 못하고 한국으로 돌아가기를 원하지만 한국에는 그가 있을 자리가 없다. 이민 3세대 ‘헨리(아들 역)’는 자신을 호주인으로 생각하며 이민 2세대 진희(엄마 역)는 경제적으로 무능한 상우를 대신한 집안의 실질적 가장으로 호주 사회에 순응하며 살아가는 캐릭터이다.
어느 날 아들로 인해 부부싸움이 벌어지고 진희의 신고로 상우 집에 들이닥친 경찰은 폭력을 행사한 상우가 아닌, 아들 헨리를 체포한다. 이유는 마약거래 혐의. 김 감독은 ‘만약 동일한 사건이 발생했을 때 유럽계 백인이라면 결과는 어땠을까?’라는 생각이 이 작품을 기획하게 된 동기라고 말했다. 이를 시작으로, 갈등 관계의 가족이 이민사회 속 차별, 그리고 편견과 싸워 나가면서 진정한 가족의 의미를 찾아가는 전체적인 이야기를 완성했다.
한-호 합작으로 제작되는 장편영화 ‘상우네 민박’은 ‘Ninetails Australia P/L’과 ‘김시우 필름’이 제작하며, 9월부터 본격적인 시드니 촬영 후 2023년도 유수의 국제영화제 출품을 계획 중이다.
한편 김 감독은 이 작품에 필요한 일부 배우 및 주요 스탭을 호주 현지에서 찾고 있다. 그는 이번 작품에 대해 “호주 한인들이 직간접적으로 겪은 이야기일 것”이라며 동포들의 관심을 당부했다. 스탭에 대한 사항은 ‘김시우 필름’ 전자우편(seewookim@gmail.com)으로 문의하면 된다.
김지환 기자 herald@koreanherald.com.a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