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당 ‘외국인 정치 후원 금지’ 법안 추진에 노동당 지지
정치인 지원 또는 정당 기부 등 호주인의 정치후원금이 10억 달러를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현재 1만3,200달러 이하의 기부금액은 당국에 신고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정치인이나 정당에 기부된 전체 정치후원금은 기록상 드러난 것의 3배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멜번 소재 모나시대학(Monash University) 찰스 리빌스턴(Charles Livingstone) 교수는 “호주의 공개법이 매우 불분명하고 또 투명하지 않기에 정치후원금이 얼마나 되는지 정확히 파악하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리빙스턴 박사는 “그렇기에 현재 밝혀진 후원금 액수의 2배 또는 3배가 된다 해도 크게 놀랄 일은 아니다”고 덧붙였다.
리빙스턴 박사는 정치후원금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면서 특히 도박산업계의 정치후원이 공공정책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를 주목했다. 그는 “현행 관련법은 부패했으며 불분명할뿐더러 민주주의를 훼손하는 법”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지난 1998년에서 2015년 사이 호주선거위원회(Australian Electoral Commission. AEC)에 신고된 정치후원금 집계자료를 기반으로 이번 보고서를 작성했다. 이 자료는 녹색당이 입수한 것이다.
현행 후원금 공개 관련 규정은 1984년 선거 이후 시행됐지만 AEC 웹사이트는 1998년 이후부터 후원금을 기록해 놓았다.
금주 수요일(7일), 이번 보고서 내용을 보도한 ABC 방송은 “전체 후원금의 20% 이상이 ‘관련 단체들’(associated entities)이라 일컫는 조직을 통해 기부되었기에 후원금 출처를 추적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라고 전했다.
이런 가운데 내년도 의회가 재개되면 노동당과 녹색당이 정치후원금 관련 법 개혁을 적극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두 정당은 외국인의 호주 정치 후원금 기부를 금지하고 1천 달러 이상 기부금에 대해서는 반드시 신고하도록 하는 내용으로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녹색당의 리 리아넌(Lee Rhiannon) 상원의원은 “호주 정치후원 체재는 엉망일 뿐 아니라 부패에 노출되어 있다”고 주장했다. 현재 녹색당은 정치후원금이 실시간 공개되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리빙스턴 박사는 1998년에서 2015년 사이 AEC에 신고된 기부금을 검색 가능한 데이터베이스와 대조했다.
신고된 후원금 기부 영수증에는 $994,822,181의 기부금 영수증, ‘other receipts’ 또는 ‘subscriptions’로 명시된 다른 영수증이 포함됐다.
이에 따르면 지난 17년간 후원금 기부가 가장 많았던 회사는 ‘Queensland Nickel Pty Ltd’로 기부액은 $21,664,196였다.
‘팔머연합당’(Palmer United) 대표인 클리브 팔머(Clive Palmer) 소유 회사 중 하나인 ‘Mineralogy Pty Ltd’도 팔머연합당은 물론 자유당, 국민당 기부가 많아 $14,692,636에 달했다.
클리브 팔머가 소유하고 있는 또 다른 회사 ‘Village Roadshow Limited’ 또한 호주증권거래소(Australian Stock Exchange)에 연속적으로 영업 손실을 신고했음에도 불구하고 팔머연합당, 자유당 및 국민당에 $5,022,263의 후원금을 기부해 왔다.
1998년에서 2015년까지 거액의 후원금을 기부한 기업 중에는 ‘Pratt Holdings’ 사도 있다. 17년간 이 회사의 기부해 온 후원금은 $4,609,733로, 디지털 복제 단속을 요청하면서 노동당과 자유당을 지원해 왔다.
지난 17년간 거액의 후원금을 기부한 산업 분야를 보면 부동산 업계가 $64,099,161로 가장 많았으며 금융 및 보험업계($37,078,539), 제약/보건업계($12,625,078) 순이었다.
리빙스턴 박사는 “일부 산업계의 정치 후원금 기부는 금지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는 금지되어야 하는 업계로 도박, 패스트푸드, 주류, 담배산업을 꼽았다.
또 개인 기부자로 정치후원금을 제공한 이는 기업인이자 작가, 자선활동가로 잘 알려진 마이클 애쉬크로프트 경(Lord Michael Ashcroft)으로, 그의 기부액은 $1,772,938였으며, 영국 출신으로 보수적 경향의 기업인 그레이엄 우드(Graeme Wood)가 $1,680,795를 후원했다.
또 디지털 사업체를 운영하는 환경운동가 헨리 길엄(Henry Ray Gillham)씨의 기부액도 $1,035,900로 상당히 많았다. 길엄씨의 후원금은 녹색당에 모아졌다.
한편 노동당과 녹색당, 각 정당 평의원(backbencher)들은 외국인의 정치후원금 금지를 추진하고 있다.
중국과 연계된 기업들은 자유당 및 노동당 두 거대 정당의 가장 큰 외국인 연계 후원그룹으로 꼽힌다.
ABC 방송 조사에 따르면 지난 2013년에서 2015년 사이 외국인의 호주 정치 후원금은 550만 달러에 달했으며, 호주 국방부와 정보당국은 외국계의 영향력 증가를 우려하고 있다.
외국인 정치후원금 금지는 녹색당이 앞장서 추진하는 것으로, 노동당 또한 이에 대한 지지를 표명한 상태이다.
ABC 방송은 “이 안건은 내년초 상원에서 본격 논의될 것으로 보이지만 관련 법안을 발의하는 하원 의원들의 반대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김지환 기자 jhkim@koreanherald.com.a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