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oyal Children’s Hospital’ 조사… 부부간 장치사용 논란도 많아
조 콜먼(Jo Coleman)씨는 매일 아침 딸 알리사(Alyssa)와 젠나(Jennah)를 직접 학교에 데려다 주는 것을 좋아한다.
자녀를 돌보는 것을 중요하게 여기는 콜먼씨에게 있어 이 시간은 그녀의 하루 일과 중 가장 소중한 시간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 시간이 오래 계속될 수 없으리라는 것을 그녀도 알고 있다. 두 딸은 이제 겨우 7살과 8살이지만 벌써 엄마를 떠나 혼자서 학교에 가고 싶어 한다.
부모 입장에서 자녀가 아직 어리다고 여기는 반면 아이들은 부모의 손을 잡고 등교하기보다는 스스로 독립(?)을 하고 싶어 한다. 아이들이 그러길 원한다 해도 부모 입장에서는 아직 불안하기만 하다. 이런 상황에서 제기될 만한 질문이 있다. 아이들 바람대로 해 주되 부모로서의 불안감을 줄이기 위해 ‘전자추적 장치를 사용해야 할까’ 하는 것이다.
콜먼씨는 “이는 우리가 이미 가정에서 논의하고 있는 문제”라고 말한다. “아이들이 원하는 바를 들어주면서 부모로서 불안감을 덜기 위해 기계장치를 고려하는 것이 조금은 이른 것 같지만 아이들이 자라면서 나 역시 이를 고려하게 될 것”이라는 콜먼씨는 “분명한 것은 어느 수준 정도의 독립성을 줄 필요가 있다”면서 “그렇지 않으면 아이들은 스스로 독립하는 길을 배우지 못할 것이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이처럼 아이들을 이해 전자추적 장치의 장단점을 생각하는 사람은 콜먼씨만이 아니다.
지난 7일(목) ABC 방송은 시드니 왕립아동병원(Royal Children’s Hospital)의 최근 연구 보고서를 인용해, 혼자서 학교에 등하교 하는 학생 5명 가운데 1명은 부모가 학생의 동선을 모니터링 할 수 있는 전자추적 장치를 갖고 있다고 전했다.
이런 추적 장치는 10대들 사이에서 더 흔하며, 자녀에게 이 장치를 갖고 다니도록 하는 부모들은 ‘그래야 안심이 된다’는 것을 주된 이유로 내세우고 있다.
이번 연구는 또한 이것이 각 가정에서 논란이 되는 부분이라는 것을 확인했다. 즉 학부모 3명 중 1명은 추적 장치에 반대하는 입장이었으며 5명 중 1명은 부모 중 한 쪽이 자녀에게 이를 갖고 있도록 하는 것에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연구를 이끈 왕립아동병원의 안테아 로즈(Anthea Rhodes) 박사는 전국 2,849명의 학생들을 돌보는 1,745명의 부모를 대상으로 조사를 실시했다.
로즈 박사는 부모가 추적 장치로 자녀들의 움직임을 알고 싶어 하는 것은 이해하지만 이는 다른 부분보다 신중하게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녀는 이어 “추적 장치를 갖고 있다고 해도 아이들이 등하교를 하면서 맞닥뜨리게 되는 어려움을 스스로 해결해 나가는 데 필요한 방법을 제공하는 것은 아니다”면서 “만약 아이들이 길을 건너는 데 있어 어떻게 해야 스스로를 보호할 수 있는지를 터득하거나 또는 낯선 사람을 만나 어려운 상황에 직면했을 때 그 장치는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이번 조사에서 로즈 박사팀은 또한 학령기 아이들이 등하교 하는 방법도 알아봤다. 조사에 따르면 대다수 부모들은 자녀를 승용차에 태워 학교까지 데려다주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걸어서 가거나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학생은 훨씬 적은 비중이었다.
멜번 외곽에 거주하는 콜먼씨는 걸어서 학교에 가는 것을 지지하는 사람이며 그녀는 또한 이런 방식이 좋다는 것을 권장하며 실천하는 모임인 ‘walking school bus’의 회원이기도 하다. 이들은 매일 아침, 이 지역의 많은 어린이들을 인솔해 걸어서 학교에 간다.
젠나와 알리사는 킨더가튼(Kindergartren)에 입학했을 때부터 걸어서 학교에 다녔다. 콜먼씨는 학교까지의 거리는 물론 아이들이 소지해야 하는 가방의 무게가 문제 되지 않았기에 가능했다고 말한다.
콜먼씨의 자녀가 다니는 학교는 집에서 약 800미터 거리이다. 물론 짧은 거리는 아니지만 그녀는 “모든 신체적 움직임은 좋은 운동”이라고 말했다.
안테아 로즈 박사는 학부모들이 걸어서 자녀를 학교에 데려다 주지 못하거나 또는 학생 스스로 학교에 가도록 하지 않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고 설명했다.
“가족들의 일정, 편리성, 일 때문에 시간에 쫓긴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라는 로즈 박사는 “어느 정도 자란 자녀들이라도 혼자서 걸어 학교에 가는 경우 부모들은 교통위험이나 그 외 불안한 걱정을 하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덧붙였다.
로즈 박사는 이어 “현재 호주에서 성인은 물론 어린이 비만 문제가 점차 커지고 있음을 알고 있다”면서 “초등학생 자녀들에게 하루 한 시간 정도의 신체 활동이 권장되는데, 걸어서 학교에 등하교 하는 것만으로 그 일부를 충당할 수 있다”고 권했다.
▲ 전자추적 장치에 대한 부모들 생각
(복수 응답)
-자녀를 직접 학교에 데려다 주지 않아도 안심할 수 있다 : 88%
-자녀가 어디를 다니는지 알 수 있어 안전을 확신한다 : 87%
-아이들은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를 부모들이 정확히 알고 있기에 자신들이 더 안전하다고 느낀다 : 67%
-아이들이 어디를 다니는지 궁금하여 추적 장치를 사용한다 : 47%
-내 자녀는 추적 장치 사용을 좋아하지 않는다 : 31%
-자녀에게 추적 장치를 사용하는 것에 대해 부부의 의견이 다르다 : 19%
Source: Royal Children’s Hospital
▲ 아이들의 등하교 수단
-초등학생(5-13세) : 부모가 승용차로 데려다준다 66%, 대중교통 이용 11%, 걷기 또는 자전거 23%
-10대 청소년(13-18세) : 부모가 승용차로 데려다준다 46%, 대중교통 38%, 걷기 또는 자전거 16%
Source: Royal Children’s Hospital
김지환 기자 jhkim@koreanherald.com.a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