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졸업자-저소득층에 긍정적이지만… 전문가들, 현재의 높은 교육비 ‘해결’ 강조
내년 연방선거를 앞두고 선거 캠페인에 돌입한 집권 노동당이 대학 학자금(HECS-HELP) 상환 개편 계획을 내놓았다. 이에 대해 경제학자들의 의견은 다소 엇갈린다. 학자금 상환보다는 고등교육 비용에서의 주요 문제를 놓쳤다는 지적이 그것이다.
알바니스(Anthony Albanese) 정부는 고등교육 학비 대출 프로그램 상환을 시작하기 전, 대학졸업자의 연 소득 기준을 현재 5만 4,435달러에서 6만 7,000달러로 높이고, 상환 계산 방법도 바꾸겠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HECS 부채의 20% 감면도 약속했다. 이 제안들은, 만약 내년 5월로 예상되는 연방 선거에서 승리해 노동당 정부가 두 번째 임기를 시작하면, 6월 1일부터 기존 학자금 부채를 가진 이들에게 적용된다.
이 같은 방안 중 HECS 상환을 시작하는 대학 졸업자의 소득 기준을 높인 것은 대체로 환영을 받았다. 하지만 경제학자들은 노동당의 이 정책이 일부 대학 졸업자들에게만 도움이 될 뿐, 전반적으로 이들의 경제적 부담을 완화하는 데에는 크게 영향을 주지 못할 것으로 보고 있다.
사실 이 정부 제안은 대학 등록금 상승으로 인해 더 높아진 학자금 대출의 부담을 덜어주려는 것이다. 정부 데이터에 따르면, 평균 학자금 대출은 2010년 약 1만 3,600달러에서 오늘날 2만 7,600달러로 증가했다.
예술, 법학, 경제학 등 인기 학과 학위 과정은 학비가 비싸졌다. 예술 학위 전체는 이제 약 5만 달러가 소요되는데, 이는 주로 이전 연립(자유-국민당) 정부에서 올려놓은 것이다.
▲ 부채 상환 소득 한도의 상향 조정은 ‘환영’= 호주국립대학교(ANU) 경제학 교수이자 HECS 시스템의 주요 설계자였던 브루스 채프먼(Bruce Chapman) 박사는 “소득 한도를 높이는 계획은 매우 환영한 만한 제안”이라고 말했다. 현재 한도의 경우 ‘의도했던 것보다 훨씬 낮았기 때문’이라는 점에서이다.
현재 HECS 상환은 대학 졸업자 총 소득의 백분율로 설정된다. 만약 현 정부 계획이 시행된다면 새 한도인 연 소득 6만 7,000달러 이상자의 소득 백분율이 적용된다.
채프먼 박사는 “이는 35년 만에 학자금 융자 시스템에서 일어난 가장 중요한 일이 될 것”이라고 언급한 뒤 “이는 한계적 징수이자 이전보다 훨씬 유연하고 공정하다”며 “우리(호주)는 몇 년 전에 이를 시행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경제 싱크탱크 중 하나인 ‘Impact Economics’의 경제연구원 안젤라 잭슨(Angela Jackson) 박사도 소득 한도 인상이 좋은 조치라는 데 동의하면서 “이는 HECS 상환액을 줄여 신규 졸업생, 저소득층에 도움이 될 것이므로 긍정적이고 실질적 개혁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 실질적으로 얼마나 도움이 되나= 진보적 싱크탱크 ‘The Australia Institute’의 잭 드로워(Jack Thrower) 연구원 또한 정규직으로 일하는 최근의 졸업자나 재학생은 소득 한도 인상으로 혜택을 볼 것이라는 의견이다. “지난해 정규직으로 일하며 학업을 이어가는 7명 중 1명은 최저 임금보다 학자금 상환이 높았기에 일을 하면서 HECS를 상환하고 있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 제안의 다른 부분은 HECS 부채에서 20%를 삭감해 준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평균 HECS 부채가 2만 7,600달러라면 감면으로 인해 2만 2,080달러로 낮아진다.
반면 NSW대학교 경제학자인 리차드 홀든(Richard Holden) 교수는 (정부 제안이 시행되는 경우) 상환액과 전체 부채가 감소함에도 불구하고 이것이 생활비 부담을 완화하는 데에는 크게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홀든 교수는 “이것이 눈에 띄는 변화나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It doesn’t feel like it moves the needle)이라며 “누군가 주택담보대출 또는 자동차 구입 비용 대출에서 20% 할인 혜택을 받는 것과 다르기에 (학자금 상환자들의) 지출에 큰 도움이 되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대신 “보다 광범위한 영향은 국가 부채에서 추가되는 120억~160억 달러(HECS 감면으로 정부가 지출해야 하는)가 될 것”이라는 그는 “이는 국가를 더 가난하게 만들고 모든 이들의 세금에서 이를 충당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와 달리 잭슨 박사는 재정적 관점에서 이 방안이 제시된 이유를 쉽게 알 수 있다고 말했다. 부채 탕감은 ‘예산 외’이기에 정부의 기본 예산 잔액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학자금 대출은 상환될 예정이기에 정부는 이를 ‘예산 외’ 항목에 두고 있다.
잭슨 박사는 대학 졸업자의 HECS 부채 탕감이 유익하다고 믿지만 지금의 높은 대학 학비를 직접 해결하지는 못했으며, 특히 대학 학비는 다른 생활비 부문에 비해 불균형하게 높아졌다고 말했다.
이런 점에서 그녀는 “학자금 대출 부채를 20% 탕감해 주는 것이 도움이 되겠지만 ‘학위 비용’이라는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지는 못한다”면서 “특히 예술 분야 학위는 현재 제공하는 비용보다 훨씬 비싸기에 이 감면 비용이 학생들에게 이로운지 아니면 더 광범위하게 경제에 이로운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고 덧붙였다.
▲ ‘높은 학비 문제 해결’ 촉구도= 경제학자들 대부분은 현재의 높은 고등교육 비용을 낮추기 위한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는데 동의한다.
채프먼 교수는 “인문학 학위 비용이 너무 높은데, 이런 급진적 학비 상승은 2020년 일어났다”며 “이를 바로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홀든 교수는 “정부가 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변화는 이전 연립 정부의 취업 준비 프로그램인 ‘Job-Ready Graduates Program’을 없애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제도는 예술과 철학을 포함해 특정 학위 비용을 높여 놓은 반면 졸업생 취업률이 높은 교육, 간호, 과학, 기술, 엔지니어링, 수학 등 졸업생 취업 우선 분야 교육 과정 학비는 낮추어놓은 것이다.
홀든 교수는 “연립 정부가 이 계획을 내놓았을 때, 학위 보조금을 왜곡한다는 이유로 상당한 비판이 제기됐었다”며 “노동당 정부가 없애야 할 가장 중요한 것”이라고 말했다.
드로워 연구원 또한 Job-Ready Graduates Program을 비판했다. ‘The Australia Institute’가 분석한 바에 따르면 이 제도로 인해 전공을 변경한 학생은 약 1.5%에 불과하다. 연립 정부 정책이 실제로 학생들에게는 큰 변화를 주지 못했던 것이다.
▲ ‘vote buying’ 지적= 드로워 연구원은 또한 HECS 부채 20% 감면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이로 인해 더 많은 학자금 부채를 안고 있는 고소득자에게 불균형적으로 우리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는 “법률, 경제학 전공자 등 취업 후 급여가 높은 분야에 종사하는 이들은 더 큰 부채 탕감을 얻게 되어 고소득자 및 저속득자 사이의 격차를 벌려놓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홀든 교수 또한 정부의 이 계획을 “퇴보적”이라고 비판했다. 대학 졸업자는 일반적으로 소득이 더 높지만 정부 제안으로 혜택을 받는 이들은 일부에 불과할 것이라는 점에서이다. 즉 HECS 부채를 안고 있는 이들의 약 절반이 이미 평균 부채의 50%정도를 상환했다는 점에서 이 제안의 혜택은 특정 집단에 치우치게 된다는 지적이다.
이런 점에서 홀든 교수는 노동당의 이 제안을 ‘표 매수’(vote buying)라면서 “학자금 부문에서 노동당과 의견을 달리하는 녹색당 표를 가져오기 위한 전략”이라고 주장했다.
■ 정부 제안 HECS 상환
(대학 졸업자 연 소득 : 신규 최소 상환액 / 신규 HECS 부채 / 상환에 소요되는 기간- year / 최소 상환액 / 현 정부 제안 이전, 상환 소요 기간-year)
$60,000 : $0 / $22,080 / N/A / $600 / 46.00
$70,000 : $450 / $22,080 / 49.07 / $1,750 / 15.77
$80,000 : $1,950 / $22,080 / 11.32 / $2,800 / 9.86
$90,000 : $3,450 / $22,080 / 6.40 / $4,050 / 6.81
$100,000 : $4,950 / $22,080 / 4.46 / $5,500 / 5.02
$110,000 : $6,450 / $22,080 / 3.42 / $7,150 / 3.86
$120,000 : $7,950 / $22,080 / 2.78 / $8,400 / 3.29
$130,000 : $9,550 / $22,080 / 2.31 / $9,750 / 2.83
$140,000 : $11,250 / $22,080 / 1.96 / $11,900 / 2.32
$150,000 : $12,950 / $22,080 / 1.71 / $13,500 / 2.04
$160,000 : $14,650 / $22,080 / 1.51 / $15,200 / 1.82
$170,000 : $16,350 / $22,080 / 1.35 / $17,000 / 1.62
Above $180,000 : No change / No change / No change / No change / No change
-인덱싱이나 소득 변화를 조정하지 않고 평균 HECS 부채 27,600달러를 기준으로 함.
■ HECS-HELP 세부 내용
(졸업자 소득 기준 : 제안 변경에 따른 연간 의무 상환액 / 연간 의무 상환 감소액)
$60,000 : $0 / $600
$70,000 : $450 / $1,300
$80,000 : $1,950 / $850
$90,000 : $3,450 / $600
$100,000 : $4,950 / $550
$110,000 : $6,450 / $700
$120,000 : $7,950 / $450
$130,000 : $9,550 / $200
$140,000 : $11,250 / $650
$150,000 : $12,950 / $550
$160,000 : $14,650 / $550
$170,000 : $16,350 / $650
Above $180,000 : No change / No change
-HECS 부채를 갖고 있는 이들이 얼마나 많은 수입을 올리느냐에 따라 지불해야 할 최소 금액임.
김지환 기자 herald@koreanherald.com.a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