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식
건조한 날씨 탓인지 요새 감기 환자가 부쩍 늘었다. 경미한 증상은 간단한 치료와 휴식만으로 곧잘 치유되지만 감기와 천식을 동반한 복잡한 유형의 환자들이 종종 있다. 만성화된 마른기침 때문에 한의원을 찾았다가 알레르기 질환의 일종인 기침형 천식에 걸렸다는 사실을 알고 매우 놀라는 분들이다. 이러한 기침형 천식은 일반 기관지 천식에 비해 상대적으로 치료가 쉽지만 그 증상이 초기엔 독감 및 감기 호흡기 질환과 비슷해 조기 진단이 어려운 편이다. 감기를 치료한 후에도 기침 증상이 8주 이상 지속된다면 기침형 천식 등 만성호흡기 질환을 의심해 볼 일이다.
현대의학은 천식이 환경적, 유전적 상호작용의 조합에 의해 발병한다고 밝히고 있지만, 흥미롭게도 기원전 200년 유럽에선 천식이 부분적으로 감정과 관련된 것으로 믿었다. 또한 1930년대부터 1950년대까지 천식은 “성스러운 7가지” 정신 신체적 질환 가운데 하나로 알려져 있었다. 그 이유는 치료가 종종 정신분석 및 기타 대화 치료에 기반을 둘 만큼 정신적인 것으로 간주되었기 때문이다. 필자도 오래 전 한국에서 스승이 의뢰인들의 사주를 간명하다가 약 한 첩 쓰지 않고 천식 환자를 치료해내는 것을 보고 매우 감탄한 적이 있었다.
한 중년 여성이 스승을 찾았다. 이 여성은 남편이 왕성하게 활동하는 한의사였는데 자신이 4-5년 이상 천식을 앓고 있었다. 그런데 남편이 지어주는 약을 아무리 먹어도 나을 기미가 없으니 답답하기 짝이 없었다. 남편이 다른 천식 환자들은 낫게 해 주는데 이상하게 이 여성만은 조금도 효험을 보지 못한 것이다. 스승이 물었다. “평소에 바깥 양반이 돈을 잘 갖다 줍니까? 두 분 사이가 어떻습니까?” 그러자 여성의 대답이 자못 진지하다. “남편이 돈은 꼬박꼬박 주지만 맘에 안 드는 점이 많아요.” 그래서 알게 된 사연은 다음과 같다.
그녀의 남편은 본시 규모가 꽤 큰 한방 병원의 페이 닥터였다. 매 달 월급을 고스란히 그녀에게 갖다 주었고 두 사람은 누구나 부러워할 정도로 다정한 사이였다. 그런데 몇 년 후 남편이 개업을 하고 사업이 나날이 번창하면서 오히려 그들의 관계는 악화되었다. 남편이 한 달에 최소 이천 만원은 버는 것 같은데 갖다 주는 건 페이 닥터 시절의 액수와 동일하다는 것이었다. 결국 의심에 사로잡힌 그녀가 여러 경로를 통해 캐보니 돈들이 죄다 시가로 가고 있었다. 그것이 자꾸만 눈에 띄니 숨이 막혔다. 한 3-4년 스트레스를 받으며 숨을 조렸더니 그만 본격적으로 천식이 발병하고 말았다. 기가 막힐 노릇이었다. 옆에서 상담 과정을 바라보는 필자도 긴장해서 숨을 죽였다.
스승이 물었다. “제일 갖고 싶은 게 무엇입니까?” 그녀는 자기는 음악을 좋아하니 아주 좋은 오디오를 갖고 싶단다. 스승은 그녀에게 남편 눈치를 보지 말고 제일 좋은 물건으로 당장 사라고 조언하였다. 그러자 그녀는 마치 천군만마라도 얻은 냥, 그 길로 백화점에 달려가서 3000 만원쯤 되는 오디오 세트를 구입해 버렸다. 그리고 그로부터 약 보름 뒤 천식이 확실히 개선되기 시작하여 3개월이 지나면서부터는 증상이 거의 다 나았다고 한다. 어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느냐며 필자가 탄식하였더니 ‘시가원수천식이다’라며 스승이 미소 지었다.
이런 경우를 보면 지극히 과학적인 현대의학의 범주를 벗어나는 현상도 있는 것 같다. 천식의 원인을 정신적인 것으로 보았던 옛 사람들의 혜안이 요즘만 못하지 않았던 것이다. 결국 천식이란 유전 및 환경적 요인으로 발병하기도 하지만 때로 숨을 조릴 수 밖에 없는 상황에 장기간 노출되면서 그 피로가 누적되어 천식이라는 형태로 표출된다고도 볼 수 있겠다. 수행을 통해 자신의 처지를 극복할 수준이 안 된다면 숨을 헐떡이며 주변의 비위를 맞추기보단 가끔 대차게 맞서는 것이 효과적인 치료인지도 모르겠다.
김태련 / 현 김태련 한의원 원장,
태을명리연구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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