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OYAL COMMISSION
1990년대 초 미국 중서부 Urbana-Champaign 이라는 대학도시에 거주할 때 미국인 친구가 “모든 한국인들은 사이먼 가펑클 팬이냐?” 물어온 적이 있었다. 장발단속 시절, 대한민국에서 술과 마약에 환각되어 활동했던 록그룹들의 노래보다 귀에 거슬림 없는 Simon & Garfunkel의 노래들이 당시 한국 사회나 정부의 시선에 곱게 보였을 것이다. 사이먼 가펑클의 노래들 중 Sound of Silence(침묵의 소리?) 라는 불세출의 명곡이 있다. 사람들의 대화 무능 현상을 주제로 한 노래로 40대 이상중 모르는 사람이 없다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지구상의 모든 국가와 사회 속에는 억눌리고 소외된 자들의 조용한 외침으로 진동하고 있다. 우리가 사는 호주도 예외는 아니다.
태어나면서 미국식 영어에 목매어 살아온 한국 사람들이 호주에서 살다보면 생소한 영어 단어들을 접할 경우가 허다하다. 그중 한 가지가 ‘Royal Commission’(왕립 위원회?)이다. 단어가 생소할 뿐 개념은 전 세계 모든 국가에 존재하지 않을까 한다. Royal Commission이란 필요에 따라 즉석에서 설립되는 특별한 공개 조사 기구로써 사회적으로 중요하거나 논란이 많은 특정 사항을 집중 조사한다는 점에서 한국의 특별검사제도와 같은 것이다.
주 수상이나 연방 총리가 추천해서 총독의 동의를 얻은 후 시작된다. 그간 호주에 있었던 Royal Commission 중 몇 가지를 손꼽자면,
- Royal Commission on loss of HMAS Voyager(Voyager 군함 침몰에 관련한 조사) 세월호 특검과 비슷한 건가?
- Royal Commission into British nuclear tests in Australia(1984-1985) 영국정부가 비밀리에 호주에서 핵실험 했던 정황을 밝혔던 조사
- Royal Commission into Aboriginal Deaths in Custody(1987-1991) 구금상태에서 죽은 호주 원주민에 대한 조사.
- Royal Commission into Institutional Responses to Child Sexual Abuse(2013-2017) 아동 성폭행에 대한 기관들의 반응에 대한 조사 – 주로 천주교, 성공회 교회나 학교에서 일어났던 아동 성폭행에 대한 교회의 반응과 태도에 대한 조사
- Royal Commission into Misconduct in the Banking, Superannuation and Financial Services Industry(2017-현재 진행) 은행, 연금, 금융 서비스 업계의 비행이나 위법행위에 대한 조사
이와 같이 대중의 관심사가 되는 문제들에 대한 여론이 높아진 후에 조사가 시작되기에 피해자가 이미 다수 속출되거나 다소 늦은 감이 없지 않으나 소 잃고도 외양간을 반드시 고쳐야 하기에 몇 년이 걸려도 진행되곤 한다.
일반적으로 전직 혹은 현직 판사가 위원장(Commissioner)으로 발탁되어 조사를 진행하면서 위원장을 도와 검사 자격으로 일하는 변호사들도 있고 증인들과 ‘피의자’들은 모두 변호사를 대동하여 조사에 참석할 수 있다. 결과문 내용들은 정부에서 참조하여 시행/시정하거나 법으로 채택되는 경우가 일반이다.
가장 최근 스콧 모리슨 새 연방 총리는 Royal Commission into Aged Care Quality and Safety를 시작하였으며, 위원장에 서호주 대법원 판사인 Justice Joseph McGrath가 임명되었다.
이렇게 성폭행 당한 아동, 양로원에서 학대받는 노인, 구금 도중 죽어가는 원주민 등 그들의 외롭고 조용한 외침을 들어주고자 만들어지는 것이 Royal Commission이기도 하고, 이러한 좋은 제도 중심에는 판사와 변호사 등 법조인들이 있다는 사실이 자긍심을 준다.
면책공고Disclaim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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