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년 사이 극심한 기온, 산불, 영하의 기온으로 인한 병원 입원자 ‘크게 증가’
Australian Institute of Health and Welfare 보고서… 기후 상황으로 670명 사망
기후변화가 심상치 않다. 최근 수년 사이 호주는 이 같은 상황을 직접적으로 실감하고 있다. 최악의 산불, 극심한 홍수는 더 폭넓은 지역에서 동시에 발생하고 있으며 최근 수년 사이, 피해를 입은 많은 지역은 여전히 복구되지 않은 상태이다.
이상 기후로 인해 목숨을 잃는 피해 또한 만만치 않다. 여름 시즌, 간혹 엄청난 무더위가 기록되기는 했지만 이로 인해 목숨을 잃는 사례는 극히 드물었다. 하지만 관련 기록을 보면, 지난 10년 사이 심한 무더위나 산불, 또는 급격한 영하의 기온으로 이전보다 더 많은 이들이 병원에 입원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수십 년 동안 변화하는 기후 위험으로부터 호주인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조치가 필요하다고 경고한다.
호주 보건복지연구원(Australian Institute of Health and Welfare)이 이달(11월) 첫 주 내놓은 보고서에 따르면 2012년부터 2022년까지 폭염과 추위, 산불, 폭우로 인해 병원 신세를 져야 했던 이들은 무려 9,110명을 넘어섰으며, 670명이 목숨을 잃었다. 공공보건 및 기후 전문가들은 극단적 기후 현상이 더욱 빈번, 강열해짐에 따라 이 수치는 더욱 악화할 것으로 우려한다.
이미 지구 온도가 미지의 영역에 들어갈 정도로 치솟았다는 지구과학자들의 경고가 나온 상황에서, 특히 올해는 지난 10년간의 여름 가운데 가장 무더운 시즌이 될 것으로 보인다.
올해 겨울 시즌이었던 6월에서 8월, 봄이 시작된 9월은 기상 기록이 시작된 이래 가장 따스했다. 엘니뇨(El Nino)의 강세는 대부분 예측 모델에서 2024년까지 지속될 것으로 관측된다.
극단적 더위와 극심한 추위,
그 사이의 모든 것
폭염(extreme heat)은 호주인의 병원 입원 중 가장 큰 원인이며 지난 10년 동안 총 7,104명의 부상 입원과 293명의 사망자를 발생시켰다.
퀸즐랜드(Queensland)와 빅토리아(Victoria) 주는 2019년부터 2022년 사이 극한의 고온으로 인한 입원 건수가 가장 많았으며, 빅토리아는 고온뿐 아니라 극한의 저온으로 인해 병원 치료를 받아야 했던 사례에서 가장 많은 수를 차지했다. 같은 기간, NSW는 산불과 폭풍우가 병원 입원의 주요 원인이었다.
보건복지연구원 대변인인 헤더 스완스톤(Heather Swanston) 박사는 “지난 30년 동안 폭염과 산불, 극심한 추위를 비롯해 폭우, 홍수, 사이클론을 포함한 폭풍 관련 기상이변의 빈도 및 심각성이 증가했다는 증거가 있다”며 “그리고 우리는 이것이 병원 입원과 사망에 반영되는 것을 확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폭염은 치명적 위험”
극한 기후로 인한 사망자를 보면, 폭염 관련은 2014~2016년, 2019~2020년 등 극심한 엘니뇨 기간에 최고조에 달했다.
2000년 이래 호주에서의 폭염으로 인한 사망자는 빅토리아와 남부호주(South Australia)에 큰 영향을 미친 사건에 집중되었다. 예를 들어 2009년 1월에는 극심한 폭염 속에서 374명, 2014년 1월에는 167명이 목숨을 잃었다. 이 수치는 극심한 더위를 그 원인으로 지목할 수 있었던 수치이기에 실제 사망자는 훨씬 더 많을 가능성이 있다.
유엔 세계기상기구(World Meteorological Organisation)는 지난해 여름, 유난히 더위가 심했던 유럽에서만 폭염으로 인해 6만 명이 사망한 것으로 추산했다.
극심한 더위, 이유는…
호주 환경의사회(Doctors for the Environment Australia) 회원인 SA 주 기반의 응급의학 전문의 킴벌리 험프리(Kimberly Humphrey) 박사는 호주인들이 극한의 기후에 적응했으며, 또한 그렇게 할 수 있는 능력에 도달해가는 중이라고 말했다.
“기후변화가 진행됨에 따라 우리는 기상 이변으로 인해 건강 측면에서 더 많은 영향을 받게 될 것”이라는 험프리 박사는 “우리는 모든 상황이 지금보다 더 악화될 것에 대비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녀는 이어 “호주 의료 시스템은 이상 기후에 따른 입원 수요로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심지어 수백 명이 한꺼번에 병원 도움을 구해야 하는 경우도 많다”고 덧붙였다.
기후위원회(Climate Council) 조사연구 책임자인 사이먼 브래드쇼(Simon Bradshaw) 박사 또한 기후변화와 관련된 건강 위험이 증가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특히 극한의 더위와 관련해 향후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우리가 할 수 있고 또 해야 한 일이 여전히 많다”는 브래드쇼 박사는 “앞으로 10년 동안 탄소배출을 크게 줄이면 2040년경부터 치명적 폭염이 발생하는 경우는 줄어들기 시작할 것”으로 보았다.
기후 과학자들은 탄소배출을 감축하지 않은 상황에서 기후변화가 악화됨에 따라 시드니 최고 기온은 2100년까지 26.4도에서 29도 상승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파푸아뉴기니의 포트모레스비(Port Moresby, Papua New Guinea)에서 일반적으로 경험되는 기후이다. 또 멜번 기온은 2070년까지 1.2도~3.1도 상승할 것이라는 예측이다.
험프리 박사는 폭염의 열기가 심장, 폐, 신장기능에 영향을 미치기에 매우 위험하다고 경고했다. 사람이 열을 조절하는 데는 꽤 능숙하지만 인체는 기능이 저하되기 전까지만 견딜 수 있다는 게 그녀의 설명이다.
거주환경에 더 적합하고 지속가능한 도시 만들기 캠페인을 위해 더위가 심한 교외지역(suburb) 커뮤니티와 협력하는 시민단체 ‘Sweltering Cities’ 설립자인 엠마 베이컨(Emma Bacon)씨는 “폭염이 사람들의 생계에 위험한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와 관련, “문제는 우리가 집을 짓는 방식”이라는 그녀는 “지금의 주택건축 방식은 점점 더워지는 기후는 물론 지금의 기후 상황에서도 적합하지 않다”며 “도시의 다른 지역에 비해 10~15도 더 뜨거운 교외지역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베이컨씨는 “이 주택들은 그 안에 거주하는 사람들을 보호하지 못한다”며 “우리는 사람들이 집안에서 안전해야 한다는 점을 인정하고 더 많은 열 탄력성을 갖추도록 건축 법규를 개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그녀는 이의 가장 바람직한 시작은 극심한 더위로 인해 병원 입원이 가장 많은 이들, 즉 고령자와 장애인 주택이어야 하고 또한 가장 더운 교외지역 거주민의 거거 건축물을 최우선으로 해야 한다는 점을 덧붙였다.
베이컨씨는 “특히 이번 여름은 우리 삶에서 가장 더운 계절이 될 것이며 상황 또한 점점 더 악화되고 있다”고 전제한 뒤 “우리가 느끼게 될 전례 없는 열기는 이전에 경험해본 적 없는 것이라는 예상이 머리를 감싸쥐게 한다”며 “단지 무더위로 인해 사람이 사망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런 상황에서 정책적 차원의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음은 반가운 일이다. 예를 들어 시드니, 멜번을 비롯해 전 세계 주요 도시 지방의회에서는 극한의 무더위 또는 기후변화와 관련해 도시 미래를 보장하고자 적절한 계획을 수립하는 전문 부서를 만들고 난방 책임자 또는 이상 기후에 탄력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담당관을 배치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베이컨씨는 “여전히 할 일이 더 많다”고 말했다.
기후변화 위험,
나이도 중요하다
보건복지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2019년부터 2022년 사이, 65세 이상 노인의 경우 극심한 기후로 인한 병원 입원 및 사망은 더 많았다. 이에 대해 베이컨씨는 “극한의 기후는 단지 고령자의 문제만이 아니다”고 경고했다. “무더운 열기는 사람들에게 지속적으로 영향을 미친다”는 그녀는 “그런 이들 중에는 노인, 장애인뿐 아니라 만성질환을 가진 이들, 임신 상태의 여성 등이 있다”며 “호주만 보더라도 아마 수백 만 명의 사람들이 동시에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김지환 기자 herald@koreanherald.com.a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