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 사랑하여라’ 실천 강조한 시드니 한인성당 곽승룡 비오 신부
“복음에서는, 예수 그리스도께서도 아프고, 집 없고, 사람들로부터 따돌림을 받으며 죄를 지은, 소위 그 시대의 보살핌 받을 사람들과 함께 하셨습니다. 오늘날 교회도 그렇게 하도록 초대받았습니다.”
시드니 한인 천주교 공동체로 반세기를 향해 가는 시드니 한인성당은 한인 교우를 위한 모국어 미사를 위해 대전교구에서 사제를 파견해 사목 활동을 맡기고 있다. 시드니대교구 내 성당 가운데 특정 이민자 커뮤니티를 위한 이 같은 사례는 한인 천주교회가 유일하다.
세상의 약자들 위한 삶의 자세 ‘중요’
5년을 임기로 하는 시드니 한인성당에 올해 초 주임 사제가 새로 부임했다. 대전가톨릭대학교에서 20년 넘게 교수 신부로 재임하던 곽승룡 비오 신부이다. 올해로 사제서품 30년이 되는 곽 비오 신부는 “하느님의 뜻을 따르고 백성을 섬기며 시드니대교구 한인성당의 신앙의 배가 본당 교우들과 함께 온 인류를 위해 항해를 잘 해나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말로 인사를 전하며 “시드니대교구에서 예수께서 하신 일을 재현하는 길은 바로 전쟁터에서 버려지고 있는 세상과 약자들을 위한 ‘야전병원’이 되는 길”임을 강조했다.
로마 유학생활과 대전교구청 및 교수 신부로 재임하면서 “늘 꿈에 그리던 곳이 성당 생활을 하는 것”이었다는 비오 신부는 대전교구에서 시드니 한인성당 주임사제로 일하라는 말씀을 들었을 때 “기뻤다”고 말했다. “성당은 복음서의 예수님을 그대로 체험할 수 있는 거룩한 현장이기 때문”이었다.
이는 “성령에 이끌려 예수 그리스도를 따르는 여정으로 하느님 백성을 잘 인도하는 것”이라는, 사제로서 지금까지 견지해 온 핵심 사목 방침과도 연계된다. 비오 신부는 ‘백성을 잘 인도하는 것’에 대해 “예수께서 바라시는 교회가 되도록 하느님 백성을 섬기는 것, 자신은 점점 작아지고 그분 곧 하느님과 하느님 백성은 점점 커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비오 신부의 이런 사목 이념은 사제가 된 후 대부분의 시간을 사제가 될 신학생들과 함께 한 데에서 비롯된 것임을 짐작할 수 있다. 아울러 “교회는 이 시대의 야전병원이 되어야 한다”는 것과도 맥을 같이 한다.
시드니 한인성당에 부임한 후 비오 신부는 한인성당 교우들이 가져야 할 자세로 “시드니대교구에서 예수께서 하신 일을 재현하는 길은 바로 전쟁터에서 버러지고 있는 세상과 약자들을 위한 ‘야전병원’이 되는 길”임을 강조하고 당부했다. 그러기 위해 성당 교우들은 “본당 공동체가 잘 성장할 수 있도록 서로 협력해야 한다”며 “신자들이 서로 사랑하는 공동선의 노력이 1차적으로는 교우들을 위한 서비스, 2차적으로는 시드니에 살고 있는 모든 이들에게, 나아가 온 인류를 위한 ‘야전병원’이 되는 것”이라고 부연해 설명했다.
개개인의 신앙 돌보는 사목 필요
시드니 한인성당은, 시드니대교구 내 교회 가운데 재적 교인 수에서는 최대 규모로 꼽힌다. 현재 세 분의 사제와 세 분의 수녀에 재임하는데, 비오 신부는 “교우를 위한 단체사목에 사목자와 협력자 수는 적지 않은 편”이라며 “앞으로는 예수님께서 하셨던 한 마리 잃은 양을 찾아가 돌보는 개인의 영적 돌봄 사목이 요청된다”는 점도 언급했다. 신자 한 명 한 명의 영적 돌봄을 위한 교회 공동체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비오 신부는 “이 또한 하느님과 백성들이 사목자와 함께 시노드적 성격의 교회가 되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성령에 이끌려 주님을 따를 때 하느님께서 우리 공동체를 영적 돌봄의 길로 인도하실 것이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이런 점에서 비오 신부는 오늘날 빠르게 진전되는 신기술과 이로 인해 약화되는 윤리적 잣대 문제도 지적했다. 비오 신부는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이 발달한다 해도 이를 움직이는 것은 바로 사람으로, 곧 생명은 그 안에 누구도 온전히 밝힐 수 없는 신비가 존재한다”고 말했다.
비오 신부는 “때문에 아무리 인공지능의 4차 혁명이 이미 도래하고 있어도, 그리스도교의 근본 가치를 만나면 된다”면서 ‘종교적 도덕’의 기준을 제시했다. 또한 “성령 안에서 한 사람 한 사람이 예수 그리스도의 인격을 만나면 즉시 그 사람은 새로워진다”며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주신 유언 ‘서로 사랑하여라’를 본받아 우리 서로가 사랑하면 된다”고 강조했다. 예수님께서 말씀하신 ‘사랑’이 인공지능(이 시대의 모든 신기술)에서는 불가능하다는 것을 이렇게 설명한 것이다.
본지 지면을 통해 한인성당 교우는 물론 한인 동포들에게 인사를 전한 비오 신부는 특별히 시드니 한인들에게 초대의 글을 전하고 싶다는 말도 덧붙였다.
오는 3월3일(일) 새 신자 입교식에 많은 이들이 함께 했으면 한다는 비오 신부는 “가톨릭 신앙을 생각하는 이들에게 인생의 여정에 행복과 기쁨을 나누고 도움을 주고자 노력하겠다”며 말했다.
곽승룡 비오 신부는 1989년 서울에서 가톨릭대학교를 졸업하고 대전교구에서 사제 서품을 받았으며 충남 당진 천주교회와 대전 용전동 천주교회에서 사목(1989-1991)했다. 이후 로마 우르바노 대학교에서 교의신학을 전공(1991년-1996년), 신학박사 학위(S.T.D)를 취득했다. 1996년부터 충남 금산 천주교회에서 주임신부로서 사목하면서 대전 가톨릭대학교에서 교의신학을 강의하던 비오 신부는 1999년 2월부터 대전 가톨릭대학교 교수, 총장(2013년 취임)으로 재임하다 올해 시드니 한인성당 주임신부로 부임했다.
저서로는 <아름다움의 사랑>(도서출판 만남, 1997), <귀찮게 하는 신부님>(도서출판 만남, 1998), <도스토예프스키의 비움과 충만의 그리스도>(가톨릭출판사, 1998), <성부와 성자와 성령과 함께>(가톨릭출판사, 1999)가 있으며 <선교신학>(도서출판 만남, 1997), <어제와 오늘 그리고 항상 계실 예수 그리스도>(대전가톨릭대학출판부, 1998)를 번역, 출간했다.
현재 ‘곽승룡 비오 신부의 말씀과 믿음’ 홈페이지(http://fr.catholic.or.kr/wordfaith)를 운영하고 있다.
김지환 기자 jhkim@koreanherald.com.a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