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단체-연구기관 조사, 도심 먼 외곽도 임대료 감당 어려워
호주 주택가격 상승에 대한 우려가 지속되는 가운데 시드니 지역 주택부족이 점차 한계점에 이르고 있다는 진단이다. 시드니 서부 먼 외곽으로, 임대료가 비교적 저렴했던 블랙타운(Blacktown) 지역 또한 주택 임대자 입장에서 결코 적합한 지역이 아닌 것으로 진단됐다.
한때 블랙타운은 저렴한 임대주택을 찾는 이들에게 인기 높은 지역 중 하나로 꼽혔다. 하지만 호주 주택소비자 단체인 ‘Shelter Australia’, 비영리 기구인 ‘Community Sector Banking’ 및 경제연구기관인 ‘SGS Economics and Planning’가 공동으로 조사, 분석한 ‘적정 임대가격 리스트’(rental affordability index)에 따르면 블랙타운 또한 점차 값비싼 임대료 지역이 되어가고 있다.
광역 시드니는 오래 전부터 호주 전역에서 임대료가 가장 높은 도시로 꼽혀왔다. 이런 가운데 최근 인덱스에 따르면 이제 광역 시드니에서 적정 임대료 지역은 도심에서 최소 45-50킬로미터 외곽에서나 가능한 상황이다.
시드니 제2 도심으로 꼽히는 파라마타 동부(east of Parramatta) 지역(suburb)의 경우 ‘임대료 감당이 상당히 어려운’(severely unaffordable) 상황이며, 시드니 하버(Sydney harbour) 주변의 고급 주거지역으로 꼽히는 14개 서버브(suburb)는 ‘임대료가 극도로 높은’(extremely unaffordable) 지역으로 분류됐다.
‘Shelter Australia’의 임대로 인덱스에서 임대료 수준을 표기한 ‘extreme’ 등급은 시드니 지역 평균 주급의 60%를 임대료로 지불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현재 가처분 소득의 30% 이상을 임대료로 지불해야 하는 경우 ‘주택 스트레스’로 받아들여지고 있음을 감안할 때 주별(weekly) 소득의 60%를 오직 주거비용에만 쏟아 부어야 한다는 것은 상당히 심각한 상황인 것이다.
이번 인덱스 결과는 교사와 간호사, 소매업 종사자 등 시드니와 같은 대도시에서 매우 중요한 서비스업 근로자들의 경우, 도심 반경 15-20킬로미터 이내에서는 주(week) 수입의 50%를 임대료로 지불해야 한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이번 조사 결과 치솟은 주택가격에 임대료까지 덩달아 상승함으로서 최저 소득계층 근로자의 경우 주별(weekly) 소득의 85%까지 임대료로 지불해야 하는 지역도 호주 전역에서 크게 늘어났다.
‘Shelter Australia’의 아드리안 피사르스키(Adrian Pisarski) 대표는 “호주 중간수입 가정들조차 주택가격 상승을 따라가지 못하는 임금 성장으로 점차 ‘주택 스트레스’를 겪기 시작했다”고 진단하면서 “감당하기 어려운 주택 임대료는 호주의 빈부 지역을 명확히 구분해 놓고 있음이 분명하다”고 지적했다.
‘SGS Economics & Planning’의 엘렌 위트(Ellen Witte) 연구원은 식비, 교통비, 기타 생활용품 구입 등 수입과 지출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안간힘을 다하는 임대주택 거주자 비율이 35%나 늘어났다고 설명했다. 그는 “부부 중 한쪽만 수입이 있는 가정의 경우 최악의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으며, 이런 추세는 지난 5년간 전혀 개선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번 보고서는 적정 주택임대료 상황이 지난 2000년대 초반부터 악화되었음을 보여주고 있으며, 이는 특히 NSW 주와 퀸즐랜드 주에서 심한 것으로 분석됐다.
위트씨는 “대부분 도시에서 적정 임대료의 비관적 전망은 장기적으로 이어진 추세이며 많은 젊은이들이 주택구입에서 멀어지면서 임대 수요가 늘어났고, 이것이 임대료 상승을 부추켰다”고 설명했다.
위트씨는 이어 “적정 임대료 악화는 지난 1999년 양도소득세가 절반으로 인하된 것과 무관하지 않으며 이후 10년이 지나면서 주택수요는 공급량을 넘어서기 시작했다”면서 “이는 결국 주택 투자자 급증을 가져왔고 주택가격 상승으로 이어졌으며, 주택을 구입하려는 이들을 임대로 내몰 결과”라고 진단했다.
김지환 기자 jhkim@koreanherald.com.a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