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범위한 예방접종 필요… “록다운, 인간적 측면에서 너무 비싼 댓가”
전문가들, 성인 인구 70~80 접종시 집단면역 달성 예측… ‘제한 완화’ 가능
시드니 서부, 페어필드(Fairfield)에 기반을 둔 청(소)년 극단 ‘Powerhouse Youth Theatre’는 지난해, 호주 전역 23개 극장에서 공연을 펼치기로 계획한 전국 투어를 떠나기 불과 며칠 전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한 호주의 첫 번째 록다운 상황을 맞이해야 했다.
전국 극장과의 공연은 전격 취소됐고, 이는 극단의 재정 및 향후 계획에 상당한 타격이 됐다. 극단을 이끄는 케이티 그린 라우리(Katy Green Loughrey) 대표는 “하지만 무엇보다 연극을 하는 젊은 예술가들의 영혼을 파괴했다”며 안타까워했다.
그리고 1년 넘게 지난 지금, 광역시드니가 ‘델타’ 변이로 인한 2차 봉쇄 조치에 들어간 상황에서, 그리고 페어필드 지방정부 지역에서 가장 많은 감염자가 발생됨에 따라 이 극단은 또 다시 어려운 처지에 놓이게 됐다.
본래 지난해 예정됐던 극단의 주요 공연이 올해 말로 연기됐지만 연말에 또 어떤 일이 발생될지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우리 나름대로 전략을 갖고 있고 자체적으로 철저하게 전염병 관리를 하고 있다”는 그린 라우리 극단 대표는 “그러나 계속되는 봉쇄 조치 하에서는 극단을 이어가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 극단의 가장 큰 관심사는 시드니 남서부 지역 출신 젊은 예술가들을 지원하는 것이다. 그린 라우리 대표는 “지금 우리는 연습장을 찾아 이러저리 옮겨다니고 있다”며 “하지만 바이러스로 인한 봉쇄와 공연을 펼칠 수 없는 상황이 계속된다면 우리 극단이 청(소)년 예술가를 위한 단체로 지속될 것이라고 장담할 수 없다”고 토로했다.
사실 지난해 3월 호주 전역에 첫 번째 봉쇄 조치가 내려진 이후 1년 반이 지난 지금, 방역수칙을 이어오던 사람들의 인내심도 한계에 달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유럽 일부 국가 사람들이 휴가를 즐기고, 다시 문을 연 바에 모여들어 저녁 한 때를 즐기는 동안 호주인들은 거실의 TV 뉴스에서 그 모습을 지켜봐야 한다(호주는 아직도 국경을 폐쇄한 상태이다). 특히 봉쇄 조치 상황에서는 친구나 가족을 방문할 수도 없으며 외식은 물론 집에서 10킬로미터 이상 벗어날 수도 없다.
스콧 모리슨(Scott Morrison) 총리는 이달 초, 연방정부의 COVID-19 극복 4단계 전략을 내놓았다. 당시 총리는 “봉쇄 조치는 최후의 수단이 될 것”임을 강조했다.
그 즈음, NSW 주 베리지클리안(Gladys Berejiklian) 주 총리 또한 “우리 시민들 대다수가 예방 접종을 받기까지, 이것(광역시드니 및 인근 지방정부 지역에 대한 록다운 단행)이 마지막 봉쇄 조치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하지만 비슷한 시기에 록다운을 결정했던 퀸즐랜드(Queenslad)와 북부호주(Northern Territory)가 얼마 지나지 않아 이를 해제했지만 NSW 주의 록다운은 두 차례나 더 연장이 결정됐다. 여기에다 빅토리아 주 또한 또 다시(다섯 번째) 봉쇄 조치를 결정했다.
엘리자베스 베이(Elizabeth Bay)에 거주하는 데이빗 바스킨드(David Baskind)씨는 “얼마 전(광역시드니 일대의 봉쇄 조치 전)까지만 해도 우리는 공원으로 나가거나 산책을 하는 등 ‘함께’ 하는 분위기가 다시 만들어지고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광역시드니에 취해진 두 번째 록다운 초지에 대해 “부분적으로 ‘우리가 즐겼던 본래의 생활’로 돌아가는 것에 대한 실망이기도 하지만 더 큰 실망은 정부의 전염병 대응 계획에 대한 명확성이 결여됐다는 것에 대한 좌절”이라며 불만을 토로했다.
그는 “바이러스 창궐에 대비하기 위한 시간이 필요했기에 정부는 코로나 바이러스 발생 초기, 우선 감염자 발생 곡선을 평평하게 하는 것에서부터 점차 목표를 높여왔다”면서 “하지만 더 이상 나아지지 않았고, 우리는 정부의 대응 계획을 따르겠지만, 그 목표는 다른 것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 록다운 조치, 이번으로 끝?= 호주의 일부 저명 전염병 학자들은 광역시드니의 현재 상황은 봉쇄 조치가 필요하며, 광범위한 백신접종이 안 된 상태에서 심각한 감염 발생을 차단 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는 데 동의한다.
다만 누구도 분명하게 말할 수 없는 것은, 이번 록다운이 바이러스 전파를 막기 위한 방법으로 호주에서 취해지는 마지막 조치가 될 것인지 여부이다.
호주국립대학교(Australian National University) 전염병 전문가 피터 콜리뇽(Peter Collignon) 교수는 “현재 호주는 COVID-19의 ‘높은 위험 시간’에 진입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또한 호주는 미국이나 영국 등의 국가와는 다른 상황에 있다는 게 그의 진단이다. 이들 국가는 이미 코로나 바이러스에 감염됐다가 회복된 수십 만 명의 사람들이 있고, 그들은 어느 정도 자연 면역을 구축했다.
콜리뇽 교수는 “COVID-19는 겨울 시즌에 통제가 더 어렵다”며 “호주는 4개월에서 6개월 사이, 북반구 국가들과 비슷한 위치에 있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이것(봉쇄 조치)이 2만, 5만 명의 사망자 발생에서가 아니라 우리가 좀 더 자유로운 생황을 위해 지불해야 하는 것이라면, 우리는 기꺼이 받아들여야 할 대가”라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의 의견은 모두 동일하다. 광범위한 접종이 없는 상황에서 봉쇄 조치는 심각한 발병을 억제하는 유일한 방법이라는 것이다.
NSW대학교 면역학자 매리루이스 맥로우스(Marylouise McLaws) 교수는 봉쇄 조치에 대해 “(바이러스로 인한) 사람들의 사망을 막는 무기고의 중요한 무기”라고 강조하면서 “그 록다운 조치의 성과를 무시할 수 없지만, 반면 이 기간이 오래 지속되면 효과가 없을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물론 다른 의견도 있다. 같은 대학교 경제학자인 지지 포스터(Gigi Foster) 교수는 호주가 오래 전 이런 가혹한 억압 방식을 포기했어야 했다고 말했다. “백신을 접종받을 때까지 바이러스 근절을 위해 지난 1년 넘게 우리가 해 왔던 것(록다운 반복)을 계속해서는 안 된다”는 그녀는 “이런 봉쇄 조치는 인간적 측면에서 너무 값비싼 것”이라고 덧붙였다.
포스터 교수는 그 대안으로 “정부가 더 많은 인구를 제한하지 않고 바이러스의 영향을 줄이기 위해 백신과 함께 다른 의약품 치료, 취약집단에 대한 구체적 보호를 추진하는 ‘실용적이고 실질적인’(pragmatic and practical) 전략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의무적인 마스크 착용, 물리적 거리두기 등의 조치도 봉쇄 조치를 촉발할 만큼 심각한 감염자 발생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되겠지만 이는 사람들이 방역 규정을 준수하는 경우에만 가능하다.
NSW대학교에 기반한 의학연구기관 ‘커비 연구소’(Kirby Institute) 생물보안 프로그램 책임자인 라이나 매킨타이어(Raina MacIntyre) 교수는 강력한 록다운 조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통제가 어렵고 백신접종을 받은 인구가 많지 않은 상황에서 때로는 (바이러스 감염자 차단을 위해) 봉쇄 조치가 유일한 방법이기도 하다”는 것이다.
▲ 백신접종 ‘매직넘버’는= 봉쇄 조치의 끝이 광범위한 백신접종에 달려 있다면, 우선 질문은 ‘그것이 언제쯤 달성될 수 있는가’이다.
호주가 집단면역에 도달할 수 있는지에 대한 추측은 다양하지만 대부분 전문가들은 성인 인구의 70~80%가 접종을 완료(2회 투여)했을 때라는 것이 공통적 의견이다.
매킨타이어 교수에 따르면 작년까지만 해도 집단면역 도달 가능성 비율(백신접종)은 66%로 계산됐지만 ‘델타’ 변이 바이러스가 이 비율을 더 높였다.
콜리뇽 교수는 백신접종이 한 주(week)에 약 100만 회 이상 속도로 이어진다면 올해 10월 또는 11월이면 이(집단면역 가능 비율인 70!80%)를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면서 “중요한 것은 백신, 백신, 또 백신”이라는 콜리뇽 교수는 “예방접종은 바이러스 감염자 확산을 줄이는 것은 물론 바이러스 확산에 따른 (부정적) 결과를 감소시킨다”고 강조했다.
다만 그는 자신이 예측한 일정에 조심스러워 했다. “9월이나 10월까지 호주인들이 충분히 예방접종을 받을 수 있겠지만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정부 관련 자료에 따르면 16세(백신접종이 승인된) 이상 호주인 3명 중 1명(약 35%)은 지금까지 최소 1회의 백신을 투여받았다. 이 가운데 2회 접종을 완료한 비율은 13%이다.
매킨타이어 교수는 “백신공급을 기다리는 동안, 정부는 접종을 빠르게 진행할 수 있는 기반을 구축하는 데 초점을 두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정부 지침은 영어 외 다른 언어를 사용하는 다문화 그룹에도 잘 전달되어야 한다”는 것도 덧붙였다.
그녀는 “특히 성인 예방접종의 경우 특정 이민자 그룹에서는 접종률이 낮을 수 있음을 알고 있다”며 “문화적 이해에 기반하여 적절한 방식으로 정부 지침이 잘 전달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코로나 바이러스 방역을 주도하는 연방정부는 현재 집단면역을 달성하는 접종률에 대한 모델링 결과를 기다리는 상황으로, 아직은 그 임계치를 발표하지 않고 있다. 모리슨(Scott Morrison) 총리는 이달 초 “이는 과학적 수치에 기반한다”며 “정치적 수치 또는 임의의 수치가 아닐 것”이라고 강조했다.
물론 대다수 성인 인구가 백신접종을 받았다고 하여 전염병 사태가 종료되고 예전과 같은 정상적인 상황으로 돌아가는 것은 아니다. 콜니뇽 교수는 “이는 단순히 스위치를 켜고 끄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의 일상 생황에 대한 제한 조치를 점진적으로 완화해 나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 마지막 분전= 콜리뇽 교수는 바이러스 대유행 이전의 삶으로 돌아가기 위한 첫 번째 제한은 봉쇄 조치(lockdown)임을 강조하면서 4제곱미터 넓이의 공간 유지, 실내에서의 모임 제한 등의 조치들이 유지되어야 하며 몸이 아픈 와중에도 업무를 위해 출근하는 군인정신은 아예 폐기되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어 그는 방역 지침을 위해 정부는 북반구 국가, 그리고 백신접종이 많은 상태에서 겨울 시즌이 바이러스 확산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도 살펴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바이러스는 여전히 전파될 것이기에 감염자 확산에 미치는 영향뿐 아니라 가장 중요한 것으로, 사망과 심각한 질병에 대한 영향이 무엇인지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콜리뇽 교수는 이어 자신의 의견임을 전제로 “이(코로나 바이러스)는 인플루엔자 및 일반 감기 바이러스와 같이 될 것”이라며 “우리는 이 병에 심각한 증상을 보이는 이들을 보겠지만 대다수는 경미한 질병을 앓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연방정부의 코로나 바이러스 대응 4단계 전략을 공개하면서 모리슨 총리도 유사한 접근방식을 제시했다. ‘통합 단계’로 명명된, 광범위한 예방접종 이후로 설계된 세 번째 단계에서 총리는 “COVID-19는 독감으로 인한 입원율과 같은 수준, 즉 다른 전염병과 동일한 방식으로 관리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콜리뇽 교수는 “COVID-19를 독감처럼 여기게 된다는 것은, 제한 조치가 없음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반면 맥로우스 교수는 “일단 집단면역 수준에 도달했을 때, 감염이 확인되면 이를 즉시 대중에게 알리고 다시 한 번 안면 마스크를 착용하도록 하는 국가 경보 시스템을 고안해야 할 것”이라는 의견을 전하면서 “또한 이 단계에서 규정 준수를 보장하기 위해 위치 추적을 활용해야 하며 예방접종을 받은 해외에서의 귀국자에 대한 자택 격리도 확인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맥로우스 교수는 “전염병 사태 이전의 정상으로 돌아가는 것이 바이러스와 함께 살아가야 것을 의미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김지환 기자 herald@koreanherald.com.a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