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0만 익명의 고객 계좌 분석한 CommBank의 ‘Cost of Living Insights’ 보고서
베이비부머들의 여유 있는 씀씀이와 달리 25~34세 연령층 지출, 1년 전에 비해 감소
다른 연령층에 비해 호주 노인들은 대체로 소유하고 있는 주택의 융자금(mortgage)를 청산했고 많은 연금 수익을 누리며 현재 높은 이자율의 혜택을 받는, 은행 예금을 갖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1946년에서 1964년 사이에 태어난 대다수 베이비붐 세대(boomers)는 현 상황에서 분명 승자라는 생각을 갖고 있다.
올해 65세인 머리(Murray)씨는 빅토리아(Victoria) 주 동북부 산악지대인 하이 컨트리(High Country)에서 휴가를 보내는 은퇴 세대 중 한 명이다.
재정적 여유를 갖고 일찌감치 은퇴하여 인생 후반을 즐기는 그는, 다른 많은 연령층의 상황이 크게 다르다는 것을 알고 있다. “노인들은 자신을 위해 쓸 수 있는 어느 정도의 자금이 있지만 젊은이들은 재정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 같다”는 그는 자신에 대해 “내 집을 갖고 있고 비축한 연금이 있어 조금 일찍 은퇴를 결심했다”고 말했다.
‘집이 있고 연금도 비축해 놓은’ 또 다른 은퇴자 브루스(Bruce)씨도 젊은 세대들이 (경제적으로) 더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데 동의했다.
오늘날, 젊은이들이 재정적으로 더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이들만이 아니라 대부분의 경제학자들, 여기에 커먼웰스 은행(Commonwealth Bank of Australia. CBA) 매트 코민(Matt Comyn) 최고경영자도 포함되어 있다.
생활비 분할에서
드러나는 세대별 격차
하이 컨트리의 한 스키 장비 대여 매장에서 일하는 패디 호이(Paddy Hoy)씨는 이 생활비 분할의 간단한 방식을 보고 있다. 가족 단위 예약객이 장비 대여 청구서를 정산할 때면, 한 세대가 재정 분야를 지배하고 있음을 깨닫게 되는데, “가족 모두의 청구서가 제시되면 대개 해당 가족의 조부모(베이비부머)가 앞으로 나와 카드를 내민다”는 것이다.
호이씨는 이곳에서 일하며 현재의 높은 생활비 부담과 치솟은 이자율 압박이 모든 세대에 고르게 분산되지 않았음을 실감한다. “주택을 소유하고 있고 모기지를 다 상환한 이들이 여기에 있고(휴가를 즐기고), 또 이들은 매우 편안한 듯 보인다”는 그는 “이런 사람들이 어느 정도 시장(레저 분야)을 떠받치고 있는 듯하다”고 말했다.
임대료와 모기지 이자 상환을 포함한 주택(주거) 비용은 중앙은행(RBA)이 인플레이션과 맞서기 위해 기준금리 카드를 꺼내 들면서 지난 2년 동안 빠르게 상승했다. 하지만 어느 한 세대는 여유가 있고 다른 세대는 어려움을 겪는 것처럼 간단하지 않을 수도 있다.
독립 경제학자 니키 호틀리(Nicki Hutley)씨는 “그렇다고 베이비부머들을 비난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젊은층의 경우 수입이 적을 수밖에 없는데, 이는 이제 막 일을 시작했기 때문이고 운이 좋아 주택을 구입하고 모기지를 받았다고 해도 그 이자 부담은 상당히 클 것”이라는 그녀는 “젊은이들이 재정적으로 더 어려움을 겪는 것은, 이 모든 요소들이 함께 작용하기에 그렇다”고 설명했다. 사실 현재 부동자산에 대한 세금이 소득세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다는 점, 내집 마련이 점점 더 힘들어지고 있다는 점은 젊은층의 재정적 고통을 더 악화시키고 있다. 그렇기에 허틀리씨는 “젊다는 건 정말 힘들다”면서 “또한 항상 그래왔다”고 덧붙였다.
젊은층 지출 추세,
‘비재량 부문 한정’ 양상
최근 커먼웰스 은행이 700만 명 고객의 익명 거래 계좌를 통해 분석한 ‘Cost of Living Insights’ 보고서는 현재 다양한 연령대에서 자금을 어떻게 지출하는지에 대한 명확한 개요를 보여준다.
이에 따르면 25~34세 젊은층의 지출은 올해 3월까지 지난 12개월 사이 확연하게 감소했다. 이들보다 나이가 많은 35~59세 중-장년층의 지출은 증가했지만 지난 1년 사이, 3.6%에 달했던 일상용품 가격의 광범위한 인플레이션률에 비하면 낮은 수치였다. 평균적으로, 가격 상승을 고려하면 60세 미만 모든 이들이 지출을 줄였고, 어떤 경우에는 이전에 비해 지출은 훨씬 줄었다.
반면 인플레이션이 높아지는 상황이지만 60세 이상, 특히 75세 이상 연령층에서는 물가상승률에 비해 더 많이 지출하고 있다. 베이비부머들의 지출이 증가한 것이지만 상황은 결코 간단하지 않다.
이달 첫 주, 상원 경제위원회에서 CBA의 코민 최고경영자는 연령층별 지출 행동의 변화에 대해 설명했다. 그에 따르면 생활에 필수적인 부문, 즉 재량적 지출(discretionary spending)은 상당히 감소했다.
코민 CEO는 “특히 젊은 세대의 경우 더 많은 필수 지출만 하도록 강요받고 있으며 재량(비필수) 지출을 줄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25~34세 젊은층의 저축 잔액도 크게 줄었다고 덧붙였다. “이는 예상된 일이며 일반적으로 젊은이들은 은행 잔고, 재정 완충 장치, 회복력이 부족하다”는 그는 “대부분의 부채, 즉 모기지는 35~44세 연령층이 안고 있다”고 설명했다.
코민 CEO는 “그래서 이들은 통화정책의 영향을 가장 크게 받고 있으며, 물론 부채가 없는 이들도 인플레이션의 영향 하에 있다”고 말했다.
RBA의 조사 결과 또한 이 같은 현실적 문제를 뒷받침한다. 젊은 연령층은 직장에서 일을 하며 대부분 소득을 얻고 있는 반면 노년층은 자산을 축적할 더 많은 시간을 가졌던 이들이다.
하지만 팬데믹 사태 이전부터 거의 정체 상태인 낮은 임금 상승으로 인해 젊은이들의 재정 상황은 다른 세대에 비해 뒤처지고 있었다. 대개 노년층이 더 오랜 기간, 직장에 있었기에 그들의 자산이 더 크게 증가했기 때문이다.
상원 경제위원회의 질문에 답하면서 RBA는 오늘날 세대간 ‘운 차이’(difference in fortunes)를 인정했다. “일부 모기지 보유자(대체로 젊고, 같은 연령에서도 소득이 높은 경향이 있음)는 현재 재정적으로 고통스러운 압박을 받고 있은 반면, 순저축자(대체로 노년층이 많는 경향이 있음)는 예금에서도 더 높은 수익을 누리고 있다”는 것이다. RBA에 따르면 2010년대 후반, 금리가 낮았던 시기에는 ‘반대 상황’이었다.
가처분소득 타격 이유는…
올해 초의 상황을 보다 광범위하게 보면, RBA 경제연구팀은 고용이 강세임에도 불구하고 각 가계의 가처분소득이 감소한 이유를 조사했다. 그 결과 특히 젊은 세대에 영향을 미치는 세 가지 요인은 더 명확했다. 그것은 △인플레이션(소득의 구매력을 감소시켰으며 최근에는 매우 높았음), △세금(‘팬데믹 사태 이전 평균보다 더 높은 비율’로 증가했음. 소득과 소득세가 높은 물가상승에 연동되지 않아 세율이 점진적으로 상승하는 ‘bracket creep’이 발생), △순 이자 지급(가계 부채, 주로 모기지 부채에 지불된 이자 가치가 공식 이자율 상승으로 인해 급등)이다.
RBA 경제연구팀은 “높은 기준금리에 의한 타격은 가계가 순 저축자인지 차용자인지에 따라 상당히 달랐다”고 설명했다.
이자율에 대해 언급할 때, 일반적으로 주택대출인 모기지를 상환해야 하는 이들의 증가된 비용에 대해 이야기한다. 하지만 그 반대 측면도 있다. 저축(예금)이 있는 사람들은 더 높은 수익을 얻고, 그런 사람들은 나이가 많은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RBA 보고서는 “은퇴자 그룹은 다른 가구에 비해 이자 수입이 전체 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더 크기 때문에 높은 기준금리 혜택을 볼 가능성이 더 높았다”고 밝혔다.
하지만 허틀리 경제학자는 전반적으로 베이비붐 세대가 가장 많이 지출하는 것은 아니라는 의견이다. 자녀를 가진 부부의 광범위한 사례를 보면 꽤 분명하다는 그녀는 “40대 후반, 50대가 되면 집에 아이들이 있고 자녀의 학업 비용 지출이 많을 가능성이 크다”면서 “자녀에 들어가는 비용, 여기에 여전히 모기지를 상환해야 하는 등 훨씬 더 많은 지출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람들의 지출 패턴은 나이가 들면서 바뀐다. 예를 들어 노년층은 학교와 주택에 대한 지출을 줄이지만 건강과 여행 등에는 더 많은 자금을 쓴다. 허틀리 경제학자 “그래서 지출 증가는 젊은층에 비해 베이비부머들에게서 더 크지만, 지출되는 전체 금액으로는 중년 세대보다 적다”고 말했다.
지출에 대한 의미는 무엇?
많은 이들이 동의할 수 있는 한 가지는, 더 높은 기준금리를 적용하여 인플레이션률을 하락시키는 것은 효과가 있을 수 있지만, 그 영향이 모든 세대에 고르게 분산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하이 컨트리의 스키 장비 대여 매장에서 일하는 호이씨는 ‘스키와 스노보드의 물리적 특성이 주로 젊은층을 끌어들이는 이유를 설명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생활비, 모기지 상환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젊은 세대는 확실히 허리띠를 조이며, 우리는 그것을 많이 보고 있다”는 그는 “휴가지에서도 (젊은층은) 더 짧은 기간만 머물며 더 큰 가치를 얻는 데 관심을 둔다”고 말했다. 그런 반면 중년 이상의 세대들은 매우 느긋하고 편하게 휴가를 즐기는 모습이며 이전에도 그러했듯 지출을 주저하지 않는다.
이제 스키 시즌이 끝나면서 호이씨가 일하는 곳처럼 젊은층의 지출에 더 의존하는 산업 분야는 걱정이 커질 수밖에 없다.
호이씨는 “통화정책이라는 둔탁한 무기가 호주 스키 산업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토로하면서 “이런 상황이 하루빨리 개선되기를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김지환 기자 herald@koreanherald.com.a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