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 수치, 올 6월까지 1년 사이 해외 출국 1,100천만 건… 전년 대비 32% 높아
전염병 대유행에서의 국경 봉쇄로 인한 ‘잃어버린 시간’을 메우려 하는 듯 ‘복수 여행’(revenge travel)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해외로 떠나는 호주인 여행자 수가 기록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팬데믹 완화 이후 높은 인플레이션으로 생활비 압박이 지속되고 있지만 다시금 전 세계와 연결되면서 호주인의 해외 출국은 팬데믹 사태 이전 수준을 크게 넘어섰다.
통계청(ABS)의 최근 데이터에 따르면 올해 6월까지 지난 12개월 사이, 호주인 해외 출국은 1,100만 건 이상에 달했다. 이는 전년도 같은 기간 대비 32% 증가한 수치이다.
호주 여행사 대표 단체인 ‘Australian Travel Industry’의 딘 롱(Dean Long) 최고경영자는 “휴가 목적의 출국이 해외여행의 대부분을 차지했으며, (일부 국가의) 유리한 환율과 저렴한 여행 옵션 덕분에 발리, 일본 등의 목적지가 봄을 일으켰다”면서 “이(호주인 해외여행)는 수명이 길어진 이들 및 더 젊은 인구 집단에 의해 강하게 추진되고 있으며 해외에서의 일정도 짧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롱 CEO는 생활비 위기가 계속되는 가운데서도 호주인들은 여행을 우선시한다고 말했다. “여행은 호주인의 정신에서 절대적으로 매혹적인 부분 중 하나이며 경제학자들은 우리 인구에 대해 이해하고자 노력하고 있다”는 그는 “어려운 시기에도 우리(호주인)는 여전히 국제 및 국내 여행에서는 매우 높은 지출을 감행한다”고 덧붙였다. “여행은 재량 지출(가계 지출의 비필수 부문분) 항목이 아니라 정신 건강, 가족과의 재연결에 있어 매우 중요한 우리의 본질”이라는 설명이다.
ABS 데이터를 보면 인도네시아는 올 6월까지 지난 1년 동안 호주인의 가장 인기 있는 목적지로, 150만 건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대비 약 36%가 늘어난 것이다. 발리에 이어 뉴질랜드가 130만 건으로 두 번째 목적지에 이름을 올렸으며 미국(71만4,300건), 그리고 올 6월까지 1년 사이 호주인 방문이 126% 증가한 일본이 뒤를 이었다.
롱 CEO는 “일본의 낮은 엔화 가치로 이 지역 여행은 매우 활발한 편이며 한동안 위축됐던 인도네시아 발리는 꼭 가보아야 할 휴가지로 다시 부상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는 이어 “인도네시아, 일본 방문이 늘어난 이유는 (호주 여행자들이) 더 많은 비용이 소요되는 일부 국가를 포기한 때문이며, 이런 추세에서 피지(Fiji)는 호주를 대상으로 적극적인 관광객 유치에 나서고 있다”고 덧붙였다.
인바운드 관광시장은
‘아직 회복 중’
해외로 떠나는 여행자 수가 기록적 수준을 보이고 있는 반면 해외에서의 방문 및 국내 관광업은 여전히 ‘회복 중’이다.
호주 관광산업 관련 단체 ‘Australian Tourism Export Council’ 피터 셸리(Peter Shelley) 대표는 “현재 해외에서의 방문자 입국은 팬데믹 이전 수준의 약 80%”라면서 “해외로 나가 돈을 쓰는 기록적인 호주인의 지출과 국내에서 여행을 즐기며 소비하는 해외 방문객의 씀씀이는 균형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 차원에서 해외 방문자 유치를 위한 노력이 배가되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전 세계 경제적 어려움과 다른 목적지와의 경쟁을 언급했다. 아울러 “(대륙과 멀리 떨어진) 장거리 목적지로써 호주를 방문하는 이들이 휴가에 전념하도록 설득하려면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는 셸리 대표는 “연말 성수기에는 더 강력한 회복이 이루어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멜번 소재 RMIT(Royal Melbourne Institute of Technology)대학교 관광 전문가 구이 로만(Gui Lohmann) 교수는 “전반적으로 이탈리아와 그리스가 호주인들에게 인기 있는 목적지이며 특히 노인층에서 선호된다”면서 “이들 노년층은 대부분 본인 부동산을 갖고 있고 이자율 인상의 영향을 덜 받아 높은 비용의 해외여행을 감당할 수 있는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이어 해외 출국이 많은 배경으로 “호주인의 경우 모험심이 있고, 그래서 전 세계를 탐험하고 싶어 하며 다문화 배경으로 전 세계 지역의 가족 관계가 호주인의 출국을 장려한다”고 설명했다.
김지환 기자 herald@koreanherald.com.a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