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의대 교수, “자녀양육 소홀한 부모에 인센티브 삭감해야…” 주장
경제적으로 넉넉하지 못하면 자녀 출산도 줄여야 하는 것일까.
많은 자녀에 비해 경제적 여유가 없는 가정의 경우 부모의 보살핌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자라는 아이들이 늘어날 것이라 우려해 이런 가정에서는 자녀 출산을 적게 해야 한다는 내용의 글이 호주의 저명한 의학 전문지에 게재됐다.
금주 월요일(22일) 시드니 모닝 헤럴드는 본드 대학교(Bond University) 의과대학 피터 존스(Peter Jones) 교수가 ‘호주의학저널’(Medical Journal of Australia)에 이 같은 내용의 글을 게재했다고 전했다.
최근 연방 정부는 빈곤층 지역의 출산율을 제한하는 방안을 모색 중이라고 밝혔다. 소아과 의사이기도 한 존스 교수는 이 같은 정책적 행보에 지지의사를 나타냈다. 그는 “경제적으로 어려운 가정이 자녀 양육에 소홀하다”며 “자녀를 돌볼 수 없는 부모에게는 인센티브(incentives)를 제한해 출산율을 떨어뜨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존스 교수는 지난 20년간 보육시설에 맡겨지는 아이들이 3배 증가했다는 자료를 들어 “아이들이 가정 안에서 제대로 된 보살핌을 받고 있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호주의 복지 시스템은 다른 나라에 비해 후한 보조금을 제공하고 있다”면서 “아무리 경제적으로 어렵다고 하더라도 일정한 기준에 따른 인센티브의 제한을 두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한편 이 같은 주장에 대한 반대 목소리도 높다. ‘CREATE Foundation’의 재키 리드(Jacqui Reed) 대표는 존스 교수의 주장에 대해 “출산과 양육 간의 관계를 너무 간단하게 취급했다”며 “빈곤 가정에 대한 출산제한 정책이나 자녀 양육이 어려운 부모에 대한 인센티브 삭감은 약자를 또 한 번 죽이는 일”이라고 반박했다.
호주 아동복지기관협회(Association of Children’s Welfare Agencies)의 앤드류 맥칼럼(Andrew McCallum) 대표도 반대의 목소리를 높였다. 그녀는 “경제적으로 어려운 가정이 육아에 소흘하다는 분석은 자녀 양육을 돈 문제와만 결부시켜 인과관계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처사”라고 강하게 반박했다.
맥칼럼 대표는 “적절한 자녀 양육을 장려하기 위해서는 오히려 불우한 가정에서 나타나는 술과 마약, 건강문제를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정신건강 클리닉이나 조기 치료 프로그램, 가족부양 지원 정책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는 지난해 말 연방정부가 발표한 ‘투자 접근’(Investment Approach)을 반영한다. 이는 복지혜택 의존 집단을 줄이기 위한 정책으로 조기교육 및 훈련을 통해 취업으로 연계하는 방안이다. 정부는 장기 실업에 시달리는 젊은 부모들을 포함한 구직자들을 대상으로 일명 ‘시도, 시험 및 학습 기금’(Try, Test and Learn fund) 정책을 펼치겠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존스 교수도 “경제적으로 어려운 사람들이 정부 보조금에만 의존하기보다 스스로 자립할 수 있도록 투자할 필요가 있다”며 해당 정책에 대한 지지의사를 밝혔다.
그러나 그는 여전히 빈곤 가정의 출산제한 정책을 굽히지 않았다. 그는 “자녀가 많으면 부모도 경제 활동을 하기 힘들어진다”며 “아이들은 부모의 보살핌이 없이 제대로 성장하기 힘들다”고 주장했다.
존스 교수는 이어 “가정의 보살핌이 부족한 아이들은 평균적으로 건강 상태가 좋지 않고 교육 수준도 낮다는 것은 연구 자료들이 증명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편 NSW 주 정부는 한해 보육시설 보조금으로만 10억 달러 이상을 사용하고 있다. 주 정부는 또한 보육시설에 맡겨지는 아이 수를 줄이고 자녀 학대 및 방치로 고통받는 아이들 및 가정을 돕는 간섭주의 정책에 앞으로 9천만 달러를 더 투자하겠다는 방침이다.
김진연 기자 herald@koreanherald.com.a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