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분 부족으로 세포 재생능력 감소… 연골 수분 지킴이 ‘프로테오글리칸’ 중요
나이가 들면 피부 속 수분이 부족해지면서 세포의 재생능력이 떨어져 탄력이 줄어들고 주름이 생긴다. 이를 ‘노화(老化)’라고 부른다. 인체의 수분 함량은 나이가 들수록 급격히 줄어든다. 유아기에 약 70%에 달하던 인체 수분 함량은 중년에 60%로 떨어졌다가 60대 이후가 되면 남성은 46%, 여성은 43%까지 낮아진다. 수분 수족으로 인한 노화는 피부나 눈 건강뿐만 아니라 다양한 신체 기관에 영향을 미치게 되는데, 특히 관절 건강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한국의 경우 퇴행성 관절염 환자는 약 400만 명에 이르며 유병률이 50세 이상에서는 38%, 80세 이상에서는 72%에 이를 정도로 흔한 ‘국민 질환’이다. 퇴행성 관절염의 원인은 관절을 보호하고 있는 연골에 손상이 생겼거나 퇴행성 변화가 일어나기 때문이다. 연골은 각 뼈의 말단을 감싸고 있으면서 뼈들이 직접 닿지 않고 부드럽게 움직일 수 있도록 하는 역할을 하고 관절이 받는 충격을 흡수하는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에 연골 손상은 결국 관절염으로 진행된다. 특히, 두께 약 3~8mm의 연골은 혈관이 없고 세포 수도 적어서 한번 손상되면 재생이 거의 불가능하다.
정상 연골에서 수분은 총 젖은 무게의 65%~80%에 달한다. 연골이 이렇게 많은 수분을 함유하고 있기 때문에 관절과 관절 사이에서 스폰지처럼 충격을 흡수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 그런데, 연골은 성장이 끝나는 20세 전후에 퇴화가 진행된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연골 속 수분이 빠져나감에 따라 두께가 얇아지고 딱딱해지며, 연골에 손상이 발생한다. 수분은 연골구성 성분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며 연골의 탄력성을 유지하는 핵심이다. 젊어서 탄탄했던 피부가 나이 들어 탄력성을 잃는 것처럼 연골도 수분량이 줄면서 탄력을 잃는다. 이로 인해 연골의 강도가 약해지고 가벼운 충격에도 연골이 손상될 수 있다.
연골은 약 70% 정도는 수분으로 이뤄져 있고, 나머지는 콜라겐과 프로테오글리칸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연골 속 수분 유지를 위해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프로테오글리칸’이다. 프로테오글리칸은 주로 피부와 연골에 존재하는데, 수분을 잔뜩 머금어 피부와 연골이 탄력 있게 유지되도록 탱탱한 쿠션 역할을 한다. 프로테오글리칸은 전기적으로 매우 강력한 음(-)전하를 띄고 있기 때문에 강력한 친수성(親水性)을 갖고 물을 끌어들여 세포 사이사이에 물 쿠션을 형성한다. 연골 속에서 콜라겐이 기둥처럼 장력을 유지하고 있다면, 프로테오글리칸은 그 사이사이를, 수분을 잔뜩 품은 상태로 촘촘하게 채워주고 있는 셈이다.
그런데, 나이가 들면 수분을 빨아들여 연골을 탱탱하게 유지해주는 프로테오글리칸의 양이 줄어든다. 프로테오글리칸을 만드는 연골세포의 기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연골세포는 연골의 중요성분인 콜라겐과 프로테오글리칸을 합성하고 분해하기를 반복하면서 연골의 항상성을 유지하는데, 나이가 들어 연골세포에서 이들을 합성하는 능력이 떨어지고 프로테오글리칸이 만들어지는 속도보다 분해되는 속도가 더 빨라지면 연골 손상이 진행된다. 실제로 연골에서 프로테오글리칸 합성은 20대 이후 매우 빠른 속도로 감소한다.
연골의 수분 방어막인 프로테오글리칸의 합성이 줄어들면 연골 손상이 가속화될 뿐만 아니라, 관절염 환자들의 경우에는 염증도 심해질 수 있다. 독일 뒤셀도르프대학 연구팀이 21명의 건선관절염 환자들을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 프로테오글리칸이 감소하면 관절염증이 더 심각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퇴행성 관절염을 예방하거나 치료하는 약물이나 손상된 연골을 재생할 수 있는 방법은 아직까지 개발되지 않았다. 가장 좋은 방법은 연골이 손상되지 않도록 예방하는 것이다. 연골이 수분 탄성을 잘 유지해서 손상을 입지 않도록 프로테오글리칸의 감소를 막고, 프로테오글리칸을 합성하는 연골세포의 기능이 노화되지 않도록 건강하게 잘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