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사냐? 라고 묻거든
이런 친구가 한 명 있다. 기분이 좋을 때나 안 좋을 때나, 날이 궂을 때나 맑을 때나, 약속 없이 연락이 와도 허물없이 소주를 같이 마시는 친구 말이다.
어쩔 땐 사이다 같은 발언으로 시원하게 해줄 때도 있고, 때론 고구마를 마구 먹은 것같이 가슴이 답답할 때도 있다. 고우나 미우나 친구라는 이름으로 많은 시간을 주(?)와 함께 했다.
척박한 이민 생활에서 ‘그것도 예술’이라는 명분 아래 별의별 일들을 다 겪으면서도, 이런 소나기 같은 시간과 친구가 있어서 가끔은 위로가 된다.
여기까지는 그 흔한 드라마처럼 이야기가 진행될 수 있다. 그런데 인생은 드라마처럼 예고편이 없다. 그래서 그냥 맞닥뜨려야 한다. 그 어떠한 일도. 행운이나 행복은, 예고편 없어도, 연습이 없어도 얼마든지 받아들일 수 있다. 하지만 불행은 예고를 한다 해도, 연습을 한다 해도 견디기 힘들다. 하물며 예고도 없이 무례하게 쳐들어오는 불행이란 녀석 때문에, 진실로 모든 것을 놓아야 할 때가 있다. 그때, 그 친구가 소주를 마시자며 연락이 왔다. 평소같이 룰루랄라 하면서 나갔다. 그런 자리에서 친구가 물었다.
“도대체 왜 연극을 하는 거야? 그렇게 힘들고 괴로워하면서?”
“아무리 좋아하고 열정이 넘쳐도 그렇지. 도대체 왜 해?”
사람들은 충고란 걸 한다. 돈도 벌지 못하고 마음과 몸 상하는 연극 하지 말라고 말이다. 연극을 하면 돈 안 되지, 연극하는데 전문 배우 없어 배우 구하기 힘들지, 연극 연습하기 위해서 연습실 렌트비 내야지, 연극 공연하기 위해서 극장 임대비 내야지… 사람들은 말한다, 왜 그런 미친 짓을 하냐고. 좋으니까 미치니깐 하는 거겠지? 라고 반문하는 사람들이 어리석은 걸까 아니면 미친 짓인지도 알면서도 열심히 하는 우리네 같은 사람들이 어리석을 걸까?
모르지 않을 것이다. 비가 오는 날에도, 하늘이 좋은 날에도, 폭풍이 치는 날에도 하늘에는 늘 별이 떠 있다. 우리네 눈에는 보이지 않는다 하더라도 사람들은 매일 밥을 먹고, 직장에 나가고, 뭔가를 위해 소비를 하고, 만나서 커피 마시고, 술도 마시면서 욕도 하고 칭찬도 하고 충고도 하면서 산다.
그리고 사랑이란 것을 하면서 울고 웃고 헤어나지 못하다 또 사랑에 빠져 산다. 언제나 그 자리에 있는 별처럼 실망하지 않고, 묵묵히.
누가 알아줄 때도
알아주지 않을 때도
반짝이면서 제 할 일을 다 하면서 산다.
그게 인생일 것이다.
그런데도 왜 하냐고 하는 것은
왜 밥을 먹냐
왜 사랑에 빠지냐
왜 사냐고 묻는 거와 같은 것이리라.
강해연 / 이유 프로덕션 & 이유 극단(EU Production & EU Theatre) 연출 감독으로 그동안 ‘3S’, ‘아줌마 시대’, ‘구운몽’, ‘구운몽 2’ 등의 연극과 ‘리허설 10 분 전’, ‘추억을 찍다’ 등의 뮤지컬, ‘Sydney Korean Festival’, ‘K-Pop Love Concert’ 외 다수의 공연을 기획, 연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