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만든다. 하지만, 아무나 잘 만들 수 없다
인류의 종(種)들은 먹고 먹히는 약육강식과 절대적인 자연환경이라는 살벌한 경쟁체계에서 살아남기 위해 어떤 일을 했는가?
“어머, 어머, 그래서요? 이거 실화야 드라마야?”
“드라마는 무슨, 실제 상황이라니깐. 이건 드라마보다 더 극적이다.”
“그래서요? 그래서 어찌 되었는데요?”
“그래서는 무슨 그래서야. 내가 나설 수밖에 없었지. 그것들은 창피한 것도 모르더라고, 아니 사람의 탈을 쓰고서 어떻게 그런 행동을 해? 말이 돼, 안돼?”
“말이 안 되죠… 그래서, 그래서 어떻게 했는데요?”
“말이 필요 있나? 그냥 일어나서는…”
“드라마보다 언니 얘기가 더 재밌다. 재밌어”
당신이 방금 말한, 아니면 친구가 말한 일들을 그럴듯하게 꾸미고 가정해서 연극이나 영화 대본을 만든다고 가정해보자. 아마도 당신은 그 작품이 정말 마음에 들 것이다. 분명 히트작이 될 것이란 상상까지 한다. 심지어 그 작품에 당신이 열광하고 있는 정치-사회-철학적 주제까지 다룬다고 해보자. 그렇다면 이제 직접 당신이 나서서 그 작품을 공연으로 제작해 볼 필요가 있다. 예전에는 “내 얘기를 쓰면 소설 10편은 쓸 수 있어”라던가, “이야기 하자면 밤을 새워야 해. 아마도 꼬박 열흘은 새야 할 거다”는 말을 흔히 하고, 들었다. “우리네 인생 자체가 연극이야, 연극”이라는 말도.
하지만 그 많은 이야기는 약육강식으로 먹히고 먹고 인류문명과 자연환경에 의해 소리 소문도 없이 사라진 채, 침묵만 남아 있다. 누구나 쉽게 말은 하지만 정작 행동으로 옮기고 그것을 현실화시키기에는 너무 힘이 든다.
그래서 전문 공연 제작자가 있는 것이다. 기존 작품 외에 술자리나 일상생활에서 들었던 이야기들이 또 공연으로 만들어지는 일도 종종 있다. 그것을 창작 작품이라 한다. 연극에는 두 가지 종류가 있다. 하나는 처음 올리는 무대 그리고 또 하나는 기존 작품을 계속 올리는 무대이다. 그만큼 처음 올리는 무대가 모든 면에서 힘들고 장애물이 많으며 비용도 많이 든다.
학교에서나 직장 또는 교회에서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뭔가 하나의 프로젝트를 만들 때 잡음도 많고, 해야 할 일들은 또 얼마나 많은가. 그것이 영리 목적이든 비영리 목적이든 말이다. 공연 작품도 같은 맥락이다. 하나의 작품이 만들어져 무대에 올리기 싶지 않다는 것은 많은 사람이 안다. 대본이 나오기까지 1년에서 2년이 걸릴 경우도 있고, 배우 모집에서 연기 연습과 리허설 기간은 적어도 4개월에서 6개월이 걸린다. 그리고 거기에 들어가는 제반 비용들도 만만치 않다. 그렇게 한 작품이 연습에 들어가면서 작품에 대한 홍보, 무대 아이디어와 디자인 및 제작, 음향과 조명 아이디어 디자인 및 제작, 의상, 소품, 헤어, 메이크업 아이디어와 디자인 및 제작. 한 작품에 들어가는 시간과 노력을 돈으로 환산할 순 없지만 그렇게 탄생한 작품을 관객들에게 내놓을 때 티켓 값으로 보상받을 수 있다. 하지만 또 현실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탄생한다. 예전에 연출부 중 한 명이, ‘연극 티켓이 35불, 말도 안 되지 않아요? 과자 몇 개만 사도 35불이 넘는데, 1년에 한 번 보는 연극 티켓 가격이 겨우 35불이라니…”라고 말했다.
그 35불도 비싸다고, 여유가 없다고 못 사는 경우가 많았다. 가치성으로 따지면 비싸진 않지만, 보편적으로 출연진 중 스타가 없거나 유명한 작품이 아니면 티켓 가격이 비싸다고 따진다. 한편으론 몇 안 되는 현지 관객은 오히려 티켓 가격이 말도 안 될 정도로 싸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약육강식과 절대적인 자연환경 속 살벌한 경쟁체제에서 버틸 수 있었던 것은, 작품을 계속해서 만들어 냈다는 것이다. 반드시 언젠가는 35불보다 더한 가치, 아니 50불 100불보다 더한 가치로 올릴 것이기에.
지금 살아있는 인류의 종(種)들이 있다. 포기하지 않았기에, 그리고 많은 생산을 통한 분화와 진화를 걸쳐서 살아남았다.
공연도 마찬가지다. 공연 제작의 지침과 금기 사항에 대해 주의하면서, 투자자나 기업 또는 개인의 관심과 후원이 있으면 된다. 비록 아직은 보잘것없는 수준일지라도 어떤 식으로든 성공 가능성을 획기적으로 높여 갈 수 있다고 장담한다. 왜냐면 누구나 다 만들지만, 우리만이 잘 만들 수 있는 확신이 있기 때문이다. 또한, 인생이든 공연이든 이거 하나는 확실하다. ‘필요한 것을 모두 갖추더라도 어떤 경우에는 성공하고 어떤 경우에는 실패하기 마련’이란 것. 그러니 실패를 해도 절대 두려워하지 말자라는 확신도 필요하다.
강해연 / 이유 프로덕션 & 이유 극단(EU Production & EU Theatre) 연출 감독으로 그동안 ‘3S’, ‘아줌마 시대’, ‘구운몽’, ‘구운몽 2’ 등의 연극과 ‘리허설 10 분 전’, ‘추억을 찍다’ 등의 뮤지컬, ‘Sydney Korean Festival’, ‘K-Pop Love Concert’ 외 다수의 공연을 기획, 연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