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련 전문가들, ‘Oxford Economics’의 연례 컨퍼런스서 ‘높은 부동산 가격’ 지적
호주의 출산율이 매년 감소하고 있다. 지속적인 생활비 부담과 천정부지로 치솟은 부동산 가격으로 자녀를 가진 부부의 자녀 출산이 줄어들고 있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서 올해 12월 분기 출산율이 20년 만에 가장 낮은 분기 수준으로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글로벌 경제자문사 ‘Oxford Economics’는 지난 9월 17일(화) 시드니에서 마련한 연례 건설 컨퍼런스에서 올 12월 분기 6만1,222명의 출산을 예상했다. 이는 2003년 6월 분기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Oxford Economics’는 연말까지의 출산율 추정으로, 이전 2개 분기 기간의 메디케어(Medicare) 초음파 서비스 데이터를 선행 지표로 활용했으며, 현재 감당하기 힘들 만큼 치솟은 주택가격 문제가 출산율 하락의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동 사의 상업용 빌딩 및 부동산 조사 책임자 티모시 히버트(Timothy Hibbert) 연구원은 “감당하기 어려운 주택가격 문제가 출산율 하락 및 출산 시기를 늦추는 데 일조했다”면서 “이것이 (출산율 하락의) 유일한 요인은 아니지만 복잡한 주제이며, 저조한 출산율에 있어 이는 분명 주요 흐름으로 파악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시드니의 경우 도심 인근(inner ring of city)에서 여분의 침실을 가진 주택을 갖고자 한다면 매우 높은 가격을 지불해야 한다”며 “이는 가족 형성 및 규모(자녀 수)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되므로 이(높은 주택가격)에 따른 분명한 결과가 있다”고 덧붙였다.
시드니와 멜번은 높은 주택가격과 임대 시장을 포함한 여러 요인으로 인해 ‘출산 침체’(baby-recessions)에 접어들었다는 것은 다수 사회학자들이 지적한 문제이다. 히버트 연구원에 따르면 팬데믹 사태가 절정에 달했을 무렵의 마지막 미니 베이비 붐 약화, 현재 더 적은 가족을 갖거나 자녀 없는 삶을 선호하는 변화 등 다른 순환적-구조적 요인 또한 출산율 감소에 기여했다.
그는 “가족계획을 결정하는 주요 요인은 바로 이것”이라며 “높은 생활비가 큰 우려 사항인데 특히 20대 후반~30대 초반에 가정을 갖게 된 젊은이들의 경우 더욱 심각하다”고 강조했다.
호주국립대학교(Australian National University) ‘Centre for Social Research’의 인구학자 리즈 앨런(Liz Allen) 박사 또한 주택 비용이 가족 형성 및 규모(자녀 수)에 있어서의 주요 장벽이라는, 같은 의견을 보였다.
그녀는 “주거 안정, 즉 주택 소유는 가족을 이루기 전 체크리스트의 맨 상단에 있지만 점점 더 지연되고 있다”며 “일자리 안정, 기후 변화, 성평등 문제, 높은 생활비 등도 주요한 장벽”임을 제기했다.
아울러 앨런 박사는 정부에서도 출산 수치와 향후 예측을 위해 메디케어 초음파 데이터를 주시하고 있지만 모든 초음파 자료가 성공적인 임신과 출산을 나타내는 것은 아니라고 지적했다. “우리는 40대가 될 때까지 독립하는 시기가 늦어지는 것을 보고 있다”는 그녀는 “이 나이는 자녀 출산 능력이 감소하기 때문에 가족을 형성하기에 너무 늦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앨런 박사는 “오늘날 젊은이들은 넘을 수 없는 사회경제적 장애물의 완벽한 폭풍을 겪고 있다”며 “주택가격을 저렴하게 하는 주요 정책 변화 없이는 계속해서 국가 총 출산율 감소를 보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공공정책 연구소 ‘Impact Economics’의 수석 경제학자 안젤라 잭슨(Angela Jackson) 박사는 이로 인한 또 다른 문제를 지적했다. 취약한 경제 상황이 출산율을 낮추는 가운데 주택 문제 또한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잭슨 박사는 “주택 구매력은 한 세대 만에 분명 감소했고, 잠재 구매자들의 재정에 문명 영향을 미치고 있다”면서 “최근의 영향(출산율 감소)은 경제성장 둔화 및 주택 비용과 관련이 있다”고 말했다.
특히 그녀는 주택가격이 가계소득에 비해 훨씬 높은 시드니와 멜번 등 주요 수도에서 더 큰 문제가 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도시들의 경우, 직장 인근 지역에서 가족이 거주할 만한 주택을 구입하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이고, 이로써 다른 도시에 비해 더 낮은 출산율을 보인다는 설명이다.
김지환 기자 herald@koreanherald.com.a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