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교육기관 ‘Pearson Australia’ 진단, 2030년 ‘현재 업무의 절반 잠식’ 전망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과 자동화가 우리 일상에 스며든 것은 디지털 기술과 맥을 같이 한다. 초기, 극히 단순한 업무에서 적용되었던 이 새로운 기술은 이제 더욱 다양한 직무 분야에서 기존 근로자의 역할을 잠식하고 있다.
최근 영국 기반의 글로벌 교육기관인 ‘Pearson’의 호주 회사인 ‘Pearson Australia’(이하 ‘Pearson’)가 “기술 발전으로 단순 업무 종사자들의 경우 실직의 위험이 더욱 커지고 있다”면서 기술 향상을 촉구, 눈길을 끌었다. 특히 여성 근로자 비율이 높은 직종에서 보다 빠르게 자동화되거나 AI 기술이 적용되고 있다는 것이다.
현재까지, ‘자동화’와 관련된 업무의 대부분은 로봇이 제품생산의 일부 공정을 대신하거나 슈퍼마켓의 셀프 계산 형태로 소매업 일부 담당 근로자의 역할을 대체하는 수준이었다.
Pearson의 데이터는, 덜 명확하기는 하지만 서비스 기관의 접수원, 회계 관련 업무, 개인 비서를 포함해 사무 업무를 잠식해 가는 자동화의 흐름을 보여준다.
이 회사의 데이터 과학 책임자인 샌디야 바라타 라이(Sandya Baratha Raj)씨는 “신기술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는 직종 중 일부는 리셉셔니스트, 레스토랑 서빙, 은행 텔러, 소매 판매보조원”이라며 “흥미로운 점은, 이 부문에 종사하는 근로자는 여성이 지배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변화의 한 사례로 번역가라는 직업을 비교할 수 있다. 유럽 시민권 대행사인 ‘폴라론’(Polaron)은 전 세계 많은 사람들의 언어를 듣거나 읽고 이를 텍스트와 음성으로 번역하여 고객에게 제공하는 수동 작업을 수행해 왔다.
하지만 이 업무를 대체하는 소프트웨어들이 많이 있으며, 보다 정확한 업데이트 버전이 계속 나오고 있다. ‘구글’(Google)이 제공하는 번역기(‘Google Translate’)에 의존하는 이들도 많다.
‘폴라론’의 프로젝트 코디네이터인 트리스탄 프리올로(Tristan Priolo)씨는 최근 A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많은 번역가들은 앞으로 교정자(proofreader)가 될 것으로 본다”고 진단했다.
현재 ‘폴라론’의 번역가 중 70%는 여성이다. 일부는 새로운 기술에 익숙하지 않고 또 업계의 빠른 기술 발전을 따라가기 어려운, 나이가 많은 이들이다. 프리올로씨는 “불행하게도 많은 번역가들이 새로운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거나, 그렇게 하고자 하지 않기에 뒤처지고 있다”고 말했다.
Pearson 분석에 따르면 오는 2032년까지 현재 번역가(온전한 직업으로써의)가 수행하는 작업의 10% 이상이 자동화되고, 이는 대부분 여성이 해 오던 역할을 차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프리올로씨도 자신의 업무에 불안감을 느끼고 있다. 대학에서 번역을 공부한 그녀는 이 전문 분야에 대한 우려를 떨칠 수 없다. 그녀는 “앞으로 계속 이 일을 했으면 좋겠지만 직업적 안정성이 걱정”이라고 털어놓았다.
최근 ABC 방송이 여러 관련 데이터를 기반으로 보도한 바에 따르면 인공지능(AI) 기술은 2030년까지 오늘날 각 산업 부문에서 수행되는 작업의 절반 정도를 잠식할 것으로 예상된다. 심지어 일러스트레이션에서 음악 작곡에 이르기까지 AI가 수행하기에는 너무 창의적이라 여겨지던 역할마저도 급속한 기술 발전에 의해 위협을 받는 상황이다.
근로자들, 적절한 디지털
기술교육 부족 ‘우려’
이런 가운데 회계-재정 컨설팅-회계사 로비 그룹인 ‘CPA Australia’가 ABC 방송과 공동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호주 근로자 2명 중 1명은 디지털 기술의 발전에 대한 적절한 교육을 받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답변이었다. 또한 이 조사는 각 부문의 작업이 빠르게 자동화되고 있음도 확인했다.
Pearson 데이터는 오는 2027년까지 현재 회계 분야 근로자가 수행하는 업무 가운데 13%가 자동화될 것으로 예측한다. 특히 경리(bookkeeping) 업무의 자동화는 훨씬 빨라 향후 5년 내 20%가 실제 인력을 대체할 전망이다.
바이바브 남버리(Vaibhav Namburi)씨는 근래 나온 신기술 대행사 ‘Five2One’ 사의 설립자이자 CEO이다. 시드니에 기반을 둔 그의 신생 기업은 금융기술 회사가 주택 및 자동차 대출을 승인하는 데 사용하는 AI를 연구하고 있다.
남버리씨는 “이 업무는 예전에 분석가, 보험업자 또는 비즈니스 내부의 누군가가 수행했던 작업이지만 지금은 완전히 자동화되었다”고 말했다.
그의 회사에서는 또한 사람들이 공개적으로 사용 가능한 개인정보를 찾기 위해 인터넷을 검색한 다음 개인화된 마케팅 메시지를 생성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를 설계하고 있다.
남버리씨는 “우리는 기본적으로 인터넷을 검색하여 누군가에 대한 데이터 포인트를 찾고, 실제로 그들에 대한 개인화된 메시지를 만들고자 한다”면서 “이는 예전에 카피라이터가 해야 했던 업무”라고 덧붙였다.
그에 따르면 인공지능이 이 역할을 수행하기에 이 분야의 작업자가 줄었다. 가령 이전에 6명의 블로그 작성자가 하던 일이 3명으로도 가능하게 된 것이다. 그리고 그 3명은 기본적으로 6명의 작업을 관리한다. “이들의 업무가 수동으로 작성하는 것에서 기본적으로 AI를 활용하여 콘텐츠를 만드는 것으로 이동했기 때문”이라는 게 남버리씨의 설명이다.
그런 한편 ‘CPA Australia’는 자동화가 실제로 직업 수에는 위협이 되지 않는다고 보고 있다. 이 추세(자동화)가 회계 담당자로 하여금 더 복잡한 일을 할 수 있도록 해 준다는 것이다. ‘CPA Australia’ 대변인 제인 레니(Jane Rennie) 박사는 “AI 기술은 수동적인 것으로, 단지 반복적인 회계 작업을 자동화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Pearson 사도 같은 시작이다. 바라타 자이씨는 “그렇기에 이런 분야에 종사하는 이들의 경우 자기 분야의 기술 향상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래의 변화에 대비한 기술을 갖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김지환 기자 herald@koreanherald.com.au